K7
대형차 버금가는 크기, 연비 뛰어나
사전 주문계약 보름만에 6300여대
준대형차 시장 ‘전운’…플랫폼 새개발
사전 주문계약 보름만에 6300여대
준대형차 시장 ‘전운’…플랫폼 새개발
등장부터가 심상찮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24일 출시 예정인 준대형 신차 ‘케이(K)7’(사진)을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공중파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주인공이 타는 차로 첫선을 보였다. 출시 전에 드라마로 첫선을 보인다는 건, 꽤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그만큼 기아차가 케이7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기대에 화답하듯 이달 들어 시작한 케이7의 사전계약 건수가 보름 만에 6300여대에 이르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꽉 잡고’ 있던 국내 준대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징조다.
기아차는 최근 케이7의 제원을 공개했다. 우선 전장 4965㎜, 전폭 1850㎜, 전고 1475㎜로 차량 크기가 다른 준대형차에 견줘 커졌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인 휠베이스(축거)는 2845㎜다. 또 뒷좌석 가운데 위로 튀어 올라온 부분을 최대 70㎜가량 낮추는 등 승차 공간을 좀더 늘렸다.
배기량에 따라 2.4ℓ, 2.7ℓ, 3.5ℓ 등 세 가지 가솔린 엔진과 2.7ℓ 엘피아이(LPI) 엔진이 얹히며, 최고출력은 가솔린 엔진 기준으로 180~290마력이다. 공인 연비도 최대 11.8㎞/ℓ로, 경쟁차종인 그랜저 티지(TG)에 견줘 엔진성능을 좀더 개선했다.
무엇보다 기아차가 ‘뼛속까지 새롭다’고 내세운 새 준대형급 플랫폼(차체 기본 뼈대)이 눈에 띈다. 기아차가 처음 내놓는 준대형차지만, 기존 현대차의 플랫폼이 아닌 새로 개발한 플랫폼을 썼다. “운전 성능, 핸들링, 충돌성능 등을 대폭 개선했다”는 것이 기아차 쪽 설명이다. 이 플랫폼은 앞으로 현대·기아차가 내놓을 준대형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현대차가 그랜저 후속모델로 새로운 준대형차를 내놓을 때 케이7 플랫폼을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7은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등 각종 편의사양들 또한 강점이다. 충돌할 때 보행자가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설계와 디자인, 열선 스티어링휠이나 자동 안개제거 시스템처럼 운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편의장치들도 돋보인다. ‘빛과 선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외관 디자인도 눈길이 간다.
케이7의 등장은 국내 준대형차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던져줄 전망이다. 국내 준대형차 시장은 오랫동안 그랜저 독주 체제였다. 올해만 해도 경쟁 차량인 르노삼성자동차의 에스엠(SM)7의 10월까지 판매대수가 2만대에 그치는 동안 그랜저는 6만4715대나 팔렸다. 준대형급에서 오랜만에 신차로 나온 케이7이 이런 시장 점유율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목표로 준대형급 신차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지엠(GM)대우 역시 복병이다. 현대차 역시 올해 말 2010년형 그랜저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일부 외관 디자인 변경 및 편의사양 추가 정도만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수입차 돌풍까지 가세하면, 준대형차 시장의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최근 출시된 포드의 뉴토러스는 아예 경쟁상대로 케이7을 지목했으며,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중형 세단 등도 가격·성능 면에서 국산 준대형차들의 경쟁 상대로 꼽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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