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똘똘 뭉치니 골목도 살고, 정도 넘치고

등록 2007-11-01 19:38수정 2007-11-02 14:46

장보기를 마친 어르신들이 한 점포에서 비지를 뽑아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장보기를 마친 어르신들이 한 점포에서 비지를 뽑아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사랑 향기 나는 시장 / ⑤ 인천 신기시장
[%%TAGSTORY1%%]

사랑 향기 나는 시장 / ⑤ 인천 신기시장

‘황색 선은 생명선, 황색 선을 벗어난 물건은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인천 남구 주안동 신기시장의 기둥 곳곳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다니려면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지만, 혹시 경계심이 무뎌질까봐 상인들이 붙여둔 표어다. 시장의 정감과 상인들의 자기규율이 한데 어우러진 곳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율소방대 결성해 유통환경 변화 대응 성공
특화제품 개발도…지금은 “먹자골목 조성중”


■ 의용 소방대의 힘=1970년대 신기시장은 한 도자기 회사의 후문 어귀였다.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야채, 과일 등을 파는 노점들이 모이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무허가 골목시장이라 전기, 가스, 상하수도 설비는 엄두를 못 냈다. 헹굼물과 생선 핏물로 질척한 시장에서 추위를 덜기위해 마련한 난로는 화재를 불러오기 일쑤였다. 참사를 막자는 취지로 1994년 결성된 자율소방대는 이후 상인들의 단결력을 키우는 힘이 됐고, ‘대형마트의 공세’라는 거대한 불을 끄는 임무까지 맡게됐다.

신기시장에 위기가 닥친 것은 2000년 즈음이다. 경기 침체에다 인근에 8~9개의 대형마트·백화점까지 몰리며 매출이 급락하고 빈 점포가 늘었다. 불안감을 느낀 상인들은 먼저 무질서한 점포 간판과 통로를 정비하고 나섰다. 크고 작은 불을 끄며 신망을 얻은데다 한달에 한번 소방훈련 때면 대대적인 시장청소까지 벌여온 소방대원들이 앞장서 상인들을 설득했다. 또 상인회는 시장 로고와 아치형 간판을 만들고, 온라인 주문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신기수산을 운영하는 이재덕씨는 “회비를 걷어 운영하는 상인회는 장사가 안 될수록 단합이 힘들어진다”면서 “소방대와 부녀회가 (각종 사업추진을) 잘 떠받쳤기 때문에 상인회가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라고 돌아봤다.


대표적인 도시형 골목시장으로 꼽히는 인천 신기시장은 오후3시께부터 저녁 찬거리를 찾는 손님들로 활기를 되찾는다.
대표적인 도시형 골목시장으로 꼽히는 인천 신기시장은 오후3시께부터 저녁 찬거리를 찾는 손님들로 활기를 되찾는다.
■ 깨어난 상인들=지난 2005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케이드 설치 등을 마친 상인들은 인근 까르푸의 개점일에 맞춰 시장을 다시 열었다. 점포들은 깔끔한 판매대를 마련하고 새 조명기구를 달았다. 애초 신선식품의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데다, 진열·전시에까지 신경을 썼으니 ‘대형마트와 붙어볼 만하다’고 자신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재래시장 최초로 포인트카드제를 도입하고, 생산자 실명카드도 판매대에 붙였다. 포인트 카드는 1만원어치를 산 고객에게 300원을 돌려주는 식인데,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10여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천원 반찬’, ‘3색 두부’ 등 신기시장만의 특화상품도 등장했다. 문우영(39)씨와 이현숙(38)씨 부부가 운영하는 ‘천만억’에서는 검은 콩, 깨 등으로 무지개떡 같은 삼층두부를 개발해 하루 마흔 모 이상 판다. ‘천원 반찬’은 젊은 맞벌이 부부를 겨냥해 낱개 포장한 김치, 나물, 멸치볶음 따위를 파는 가게다. 특화상품들의 성공은 이웃점포들로 ‘혁신’을 전파시키고 있다.

지난해 인하대에서 인천 재래시장들을 조사한 결과, 점포수가 120개에 불과한 신기시장은 하루 방문고객은 3만명으로, 점포당 고객수 1등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시장 내 11개나 되는 순대국밥집들까지 살리자는 취지로 먹을거리 골목 조성까지 나서고 있다. 김종린 상인회장은 “재래시장은 구멍난 배 처지라 열심히 물을 퍼내지 않으면 가라앉게 된다”면서 “볼거리, 살거리는 물론 먹을거리까지 어우러진 정감 넘치는 골목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 영상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