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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판매품목 불변’ 200년 전통 이윤보다 지속가능에 초점

등록 2007-12-13 19:08

뮌헨시 빅투알리엔마르크트 안 채소가게 매장에서 ‘물건 스스로 사기’ 체험 학습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
뮌헨시 빅투알리엔마르크트 안 채소가게 매장에서 ‘물건 스스로 사기’ 체험 학습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
상점주인 바뀌어도 파는 물건은 그대로
대물림 가게 수두룩…도시 명물로 정착
사람향기 나는 시장 / ⑩ 뮌헨 빅투알리엔마르크트

여섯살짜리 손녀를 이끌고 발걸음을 옮기는 바이겔(64)씨의 한 손엔 싱싱한 과일이 가득 담긴 봉투가 들려 있다. 뮌헨 토박이인 그는 30년이 넘도록 이 시장을 즐겨 찾는다. “품질도 좋고, 무엇보다 활기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그에게 과일을 판 안젤라(47)가 이곳에 매장을 연 지 올해로 17년째다. 시장의 나이는 몇곱절이나 더 많다. 올해 2월 1일, 정확히 200살 잔치가 화려하게 치러졌다.

독일 남부 뮌헨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빅투알리엔마르크트(시장)’. 이곳에선 지난달 26일부터 4주 일정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진눈깨비와 겨울비가 오락가락하지만 음산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밑바탕 힘은 시 당국 지원

2만2천㎡ 넓이의 광장 형태를 띤 시장은 판매 품목에 따라 모두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판매품목은 과일 및 채소, 육류(소세지), 생선, 간이식당(주류 제외), 기타 잡화 등 생필품 위주다. 상인 대표 일을 맡고 있는 히르쉬바우어(43)는 “특정 품목의 가게가 문을 닫더라도 다음에 그 자리를 물려받는 사람은 반드시 그 품목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게 200년 동안 내려오는 빅투알리엔마르크트만의 불문율”이라 말했다.


자그마한 재래시장 하나가 200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데는 뮌헨시 당국의 남다른 애정이 큰 힘이 됐다. 시장 관리는 뮌헨시 산하의 ‘그로스마르크트할레’라는 조직이 맡고 있다. 빅투알리엔마르크트 운영 책임자인 세실리아 노이만은 “시 당국의 기본방침은 재래시장을 운영해 이윤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면서 “뮌헨의 명물이 오래도록 살아남게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을 시 소유로 고집스레 묶어두는 게 좋은 증거다. 시 당국은 시장을 운영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품질 관리와 주변 환경 개선에 무게를 둔다.


쇼핑 나온 시민들이 시장 안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쇼핑 나온 시민들이 시장 안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다만 시 당국도 여러모로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편리한 교통시설과 공공 주차창을 마련해 손님들의 불편을 줄여주는가 하면, 인도를 최대한 넓게 만들어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었다. 시장 바로 옆엔 소극장과 공연장을 여럿 만들어 자연스레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였다.

시장 옆엔 소극장·공연장

시장 운영과 시설개선 투자 등에 상인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한 매장당 운영비 명목으로 시에 내는 돈은 판매 품목과 매출액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안젤라는 매달 매출액의 3.5%만 ‘월세’로 낸다. 노이만씨는 “아무래도 다른 곳에 비해 상인들의 부담이 적다보니 상점을 내려는 희망자가 많다”며 빼곡히 적혀 있는 대기자 명단을 보여줬다.

이곳에서 가게 문을 열 수 있는 기본조건으로, 노이만씨는 해당 품목 운영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 그리고 성실성을 꼽았다. 뮌헨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영주권 소유 여부, 인종이나 출신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시장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세대를 잇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의 이름을 딴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트레터(45)는 끝없이 찾아드는 손님 시중을 드느라 분주한 가운데서도 “증조부가 1912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며 “여기선 내가 최고참인 편”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웃 가게 뮐러(52)도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다 바로 그 자리에서 독립한 경우다. “물론 부모가 이 곳에서 장사를 했다고 무조건 가게를 넘겨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갖춰야하는 기본조건은 꼭 채워야 합니다.”

문화상품으로 육성 의욕

이곳이라고 어려움이 없으란 법은 없다. 독일 사회 전역에 개발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금싸라기같은 이 땅을 민영화해 시 정부 주머니를 불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점차 얻고 있다. 노이만씨는 “아직까지는 뮌헨의 상징으로 남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우세한 편”이라면서 “앞으로는 이곳 일대를 더 유명한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도 신경 쓸 방침”이라 말했다.

뮌헨/글·사진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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