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사실주의’ 강조할 때 ‘잘나오는 사진’ 내세워
1위 캐논은 사진문화 확산…소니는 본래기능 충실
1위 캐논은 사진문화 확산…소니는 본래기능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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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하지 않겠다. 꾸미지도 않겠다.”(니콘) “실물보다 잘 나오는 사진이다.”(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상반된 마케팅 전략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대표적으로 니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는 사진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반면, 후발주자인 올림푸스는 아름답게 꾸며주는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화장한 얼굴’을 “좋다, 나쁘다”로 규정하기 힘든 것처럼, 어떤 사진을 선호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니콘·캐논과 같은 전통 브랜드가 지배해온 카메라 시장도 디지털 시대에 변화를 맞고 있다. 광학기술이 전자기술과 결합하고 있으며, 일안렌즈반사식(DSLR) 카메라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20대 여성을 비롯한 신세대의 자기표현 수단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디에스엘아르 시장은 30만대 규모로 전년보다 20~30% 성장했으며 올해도 젊은층으로 이용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화소 수, 셔터 속도, 필름 감도, 손떨림 방지 등 기능 경쟁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마케팅 전략 차별화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현재 캐논과 니콘 양강구도에 후발업체 소니가 3위 자리를 굳히고, 올림푸스가 새로운 도전자로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공격적으로 나오는 곳은 올림푸스한국이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달 25일 디에스엘아르를 비롯해 14종의 디지털카메라를 새로 내놓았다. 이 회사는 ‘실물보다 잘 나오는 사진’이라는 파격적인 기치를 내걸었다. 콤팩트 디카에 적용된 ‘뷰티모드’는 얼굴은 뽀얗게, 눈동자는 크고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미인 변신’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은 콤팩트 디카만이 아니라 렌즈교환식 카메라에도 적용했다. 올림푸스 디에스엘아르는 얼굴의 주름과 잡티를 없애고 우아하게 표현해주는 소프트포커스 기능 등을 주특징으로 내세웠다. ‘꾸밈’을 넘어 ‘왜곡’ 논란까지 나올 법하지만, 이 회사는 기존 시장구도를 흔들기 위해 과감한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니콘은 ‘리얼리티’를 내세워 대조된다. 사진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겠다’는 콘셉트다. 니콘은 필름카메라 때부터 ‘리얼리티’의 전통을 강조해 왔다. “조금 더 무겁고 복잡하고 까다롭더라도 진정한 사진의 세계로”를 기치로 내걸며,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과 여성층이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가수 비를 모델로 쓰되, 촬영을 위해 72시간을 기다려 자연과 동화된 인간 정지훈의 모습을 드러낸 광고를 통해 리얼리티 이미지와 여성층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시장 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캐논은 공격적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1위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기본적으로 먹혀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숙희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 마케팅팀장은 “카메라를 들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알리며 사진문화를 확대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렌즈교환 카메라가 어렵다는 인식에 맞서, 실제론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니도 한국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들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소니는 미놀타 인수와 칼차이스 렌즈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일본에서도 초기 진입에 어려움이 컸다. 한국에서 소니는 ‘캠코더 업체가 만드는 디카’라는 이미지를 벗고자 작가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최고급 기종 알파900은 동영상과 라이브뷰 기능도 없애고, 2460만 최고 화소라는 카메라 본연의 기능만 강조한 제품이다. 이는 동영상 기능을 부가한 니콘이나 캐논 제품과도 차별화된 것이다. 카메라 시장은 구매할 때 전문가의 평가를 중요하게 참고하고, 또 한번 사용자가 되면 좀처럼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다. 렌즈를 바꿔 가며 쓰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는 데는 문턱이 높다. 전문가급 모델보다 보급형 모델이 훨씬 많이 팔리지만, 업체들은 최고 성능의 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는 데 주력한다. 브랜드에서 전문성과 신뢰도가 쌓여야 보급형 제품도 그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사진커뮤니티 SLR클럽 김충현 팀장은 “손쉽게 실물보다 잘 나오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올림푸스식 마케팅은 초보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면서도 “사진 애호가가 되면 결국엔 다양한 렌즈군과 제품군을 갖춘 전통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캐논과 니콘도 다양한 업체들이 차별적 전략을 펼치는 게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왜곡하지 않겠다. 꾸미지도 않겠다.”(니콘) “실물보다 잘 나오는 사진이다.”(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상반된 마케팅 전략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대표적으로 니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는 사진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반면, 후발주자인 올림푸스는 아름답게 꾸며주는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화장한 얼굴’을 “좋다, 나쁘다”로 규정하기 힘든 것처럼, 어떤 사진을 선호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니콘·캐논과 같은 전통 브랜드가 지배해온 카메라 시장도 디지털 시대에 변화를 맞고 있다. 광학기술이 전자기술과 결합하고 있으며, 일안렌즈반사식(DSLR) 카메라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20대 여성을 비롯한 신세대의 자기표현 수단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디에스엘아르 시장은 30만대 규모로 전년보다 20~30% 성장했으며 올해도 젊은층으로 이용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화소 수, 셔터 속도, 필름 감도, 손떨림 방지 등 기능 경쟁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마케팅 전략 차별화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현재 캐논과 니콘 양강구도에 후발업체 소니가 3위 자리를 굳히고, 올림푸스가 새로운 도전자로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공격적으로 나오는 곳은 올림푸스한국이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달 25일 디에스엘아르를 비롯해 14종의 디지털카메라를 새로 내놓았다. 이 회사는 ‘실물보다 잘 나오는 사진’이라는 파격적인 기치를 내걸었다. 콤팩트 디카에 적용된 ‘뷰티모드’는 얼굴은 뽀얗게, 눈동자는 크고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미인 변신’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은 콤팩트 디카만이 아니라 렌즈교환식 카메라에도 적용했다. 올림푸스 디에스엘아르는 얼굴의 주름과 잡티를 없애고 우아하게 표현해주는 소프트포커스 기능 등을 주특징으로 내세웠다. ‘꾸밈’을 넘어 ‘왜곡’ 논란까지 나올 법하지만, 이 회사는 기존 시장구도를 흔들기 위해 과감한 차별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니콘은 ‘리얼리티’를 내세워 대조된다. 사진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겠다’는 콘셉트다. 니콘은 필름카메라 때부터 ‘리얼리티’의 전통을 강조해 왔다. “조금 더 무겁고 복잡하고 까다롭더라도 진정한 사진의 세계로”를 기치로 내걸며,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과 여성층이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가수 비를 모델로 쓰되, 촬영을 위해 72시간을 기다려 자연과 동화된 인간 정지훈의 모습을 드러낸 광고를 통해 리얼리티 이미지와 여성층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시장 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캐논은 공격적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1위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기본적으로 먹혀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숙희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 마케팅팀장은 “카메라를 들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알리며 사진문화를 확대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렌즈교환 카메라가 어렵다는 인식에 맞서, 실제론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니도 한국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들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소니는 미놀타 인수와 칼차이스 렌즈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일본에서도 초기 진입에 어려움이 컸다. 한국에서 소니는 ‘캠코더 업체가 만드는 디카’라는 이미지를 벗고자 작가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최고급 기종 알파900은 동영상과 라이브뷰 기능도 없애고, 2460만 최고 화소라는 카메라 본연의 기능만 강조한 제품이다. 이는 동영상 기능을 부가한 니콘이나 캐논 제품과도 차별화된 것이다. 카메라 시장은 구매할 때 전문가의 평가를 중요하게 참고하고, 또 한번 사용자가 되면 좀처럼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다. 렌즈를 바꿔 가며 쓰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는 데는 문턱이 높다. 전문가급 모델보다 보급형 모델이 훨씬 많이 팔리지만, 업체들은 최고 성능의 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는 데 주력한다. 브랜드에서 전문성과 신뢰도가 쌓여야 보급형 제품도 그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사진커뮤니티 SLR클럽 김충현 팀장은 “손쉽게 실물보다 잘 나오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올림푸스식 마케팅은 초보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면서도 “사진 애호가가 되면 결국엔 다양한 렌즈군과 제품군을 갖춘 전통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캐논과 니콘도 다양한 업체들이 차별적 전략을 펼치는 게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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