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28일 낮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시민이 차례상에 오를 밤, 대추, 약과 등 제수용품 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돼지고기값 두달새 2배
“10년간 이런 폭등 처음”
치솟는 물가에 거래 한산
“10년간 이런 폭등 처음”
치솟는 물가에 거래 한산
설 앞둔 재래시장
“가게 문 닫을 수는 없으니까 그냥 하는 거예요. 두달여 전 100근짜리 한마리에 45만원 하던 돼지가 90만원까지 올랐으니 요새는 원가 빼기도 힘들어요.”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의 영천시장에서 ‘서대문축산시범판매장’을 운영하는 김학종씨는 “10년 동안 일하면서 이렇게 순식간에 고기 값이 뛴 건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7일 오후 김씨의 가게에서 파는 돼지 등심은 600g에 7500원, 삼겹살은 1만3000원으로 1주일 사이에 1000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이맘때에 견주면 50%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달걀과 잡곡 등을 쌓아놓고 파는 가게를 찾아 달걀 한판(30개들이) 가격을 물었다. “왕란이 5500원, 엄청 올랐지. 지난주에 4800원 하더니 지금은 이래”라고 주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옆의 시장 내 슈퍼에서는 ‘세일’이라고 쓴 종이 아래 ‘왕란 62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슈퍼에서 한개에 1800원 하는 애호박을 만지작거리던 한 주부는 “고기 값에다 시금치 같은 채소 값도 너무 비싸서 올 설엔 잡채 같은 음식은 건너뛰고 너덧 가지씩 해오던 전도 이번에는 동태전과 호박전 정도만 부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입구 양쪽으로는 청과상들이 설 대목을 맞아 색깔 고운 종이로 싼 선물용 사과와 배상자를 펼쳐놓고 있다.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오가다 과일 값을 물어보면서도 알 굵은 사과나 배를 선뜻 사지 못한다.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영천청과’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태산씨는 “제수용품 과일은 설 하루 이틀 전에 사가니까 아직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며 “그래도 예년 같으면 선물용 상자는 지금쯤부터 팔리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아직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경기가 풀렸다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천청과에서 팔고 있는 배 선물세트는 7.5㎏짜리가 알 굵기에 따라 3만원에서 4만5000원 정도로, 인근 대형마트보다 15%가량 싼 가격이다. 시장에 들어온 지 두시간이 지나니 얼음 같은 냉기가 신발 안으로 올라왔다. 시장 한가운데 작은 가게 앞에서 바닥에 앉아 밤을 깎던 할머니에게 밤 5000원어치(1㎏)를 샀다. 설 대목 장사가 어떤지 물으니 봉지를 건네주며 “명절이 오는지 어쩐지도 모르겠어”라고 답하는 할머니의 입에서 머리카락처럼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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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직전 주요 농수산물 가격 비교
달걀과 잡곡 등을 쌓아놓고 파는 가게를 찾아 달걀 한판(30개들이) 가격을 물었다. “왕란이 5500원, 엄청 올랐지. 지난주에 4800원 하더니 지금은 이래”라고 주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옆의 시장 내 슈퍼에서는 ‘세일’이라고 쓴 종이 아래 ‘왕란 62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슈퍼에서 한개에 1800원 하는 애호박을 만지작거리던 한 주부는 “고기 값에다 시금치 같은 채소 값도 너무 비싸서 올 설엔 잡채 같은 음식은 건너뛰고 너덧 가지씩 해오던 전도 이번에는 동태전과 호박전 정도만 부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입구 양쪽으로는 청과상들이 설 대목을 맞아 색깔 고운 종이로 싼 선물용 사과와 배상자를 펼쳐놓고 있다.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오가다 과일 값을 물어보면서도 알 굵은 사과나 배를 선뜻 사지 못한다. 30년 전부터 이곳에서 ‘영천청과’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태산씨는 “제수용품 과일은 설 하루 이틀 전에 사가니까 아직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며 “그래도 예년 같으면 선물용 상자는 지금쯤부터 팔리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아직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경기가 풀렸다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천청과에서 팔고 있는 배 선물세트는 7.5㎏짜리가 알 굵기에 따라 3만원에서 4만5000원 정도로, 인근 대형마트보다 15%가량 싼 가격이다. 시장에 들어온 지 두시간이 지나니 얼음 같은 냉기가 신발 안으로 올라왔다. 시장 한가운데 작은 가게 앞에서 바닥에 앉아 밤을 깎던 할머니에게 밤 5000원어치(1㎏)를 샀다. 설 대목 장사가 어떤지 물으니 봉지를 건네주며 “명절이 오는지 어쩐지도 모르겠어”라고 답하는 할머니의 입에서 머리카락처럼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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