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유치 ‘지극정성’
수수료율 낮춰주는 건 기본
인테리어 비용·홍보 지원
수수료율 낮춰주는 건 기본
인테리어 비용·홍보 지원
‘주객전도’다. 백화점 식당가는 돈을 쓰기로 작정한 유동인구가 넘치는, 보통 식당 주인이라면 무척 탐이 나는 목이다. 하지만 이미 손님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예약이 꽉 차는 유명 맛집 주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런 식당들은 맛이 떨어질까봐 섣부른 확장을 자제한다. 백화점들이 어지간히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입점하지 않는다. 갤러리아명품관 고메이464는 최고의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은 물론 주방집기를 제외한 모든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했다. 최상의 맛을 보장하기 위해 하루 일정한 양만 만들어 판매하는 ‘솔드아웃(매진)’ 제도도 받아들였다.
입점 레스토랑들의 본점에 대한 소개를 담은 홍보물을 만드는 건 기본이다. ‘씨리얼고메’의 셰프 레이먼 킴은 “이제까지 여러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았지만, 갤러리아처럼 낮은 수수료와 적극적인 인테리어 비용 지원, 홍보를 통한 상생의 파트너십을 보여준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병한 현대백화점 조리식품 바이어는 배우 배용준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한정식 전문점 ‘고시레’ 총괄 셰프로 일하다 서울 인사동에 떡카페 ‘합’을 연 신용일 셰프를 2년여 동안 여러 차례 찾아가 입점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 3월 카페 종업원으로부터 신 셰프가 일본에 출장을 간다는 첩보를 입수한 바이어는 회사에 휴가를 낸 뒤 무작정 일본으로 찾아가 공항에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어 출장에 동행했다. 그 정성에 두 손 든 신 셰프는 결국 입점제안을 받아들였다.
시청역 근처에 있는 오향족발은 최소 30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밤 9시면 재료가 다 떨어져 돈을 주고도 사먹지 못하는 식당이다.
현대백화점의 여러 바이어들이 번갈아가며 입점을 제안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현대백화점 신현구 팀장은 한 달에 최소 한 번씩 모든 팀원들을 이끌고 오향족발에서 회식을 했다. 8개월에 걸친 팀 회식 끝에야 오향족발은 현대백화점에 마음을 열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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