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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잘 나가는 대기업이 ‘고용없는 성장’ 주도

등록 2006-10-31 21:16

1000명 이상 기업 3곳 중 1곳 이익늘어도 감원
구조조정 분사등 몰아치고 국외투자 늘린 탓
IT·금융 증가율 높아…삼성전자 고용도 1위
임직원 수 1000명 이상 기업 세 곳 가운데 한 곳은 지난 5년간 이익이 늘어도 고용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31일 상장기업 597곳의 2000~2005년 순이익과 임직원 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1000명 이상 기업 142곳 가운데 이익이 꾸준히 늘거나 흑자전환을 하고도 임직원 수를 줄인 기업이 53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에 대기업들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이익 늘고도 고용 왜 줄였나?=외환위기 이후 경영 효율화 명목으로 기업들이 적극 도입한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이 고용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업·판촉 사원들을 외부 업체 소속으로 바꾼 태평양은 5년간 순익은 95% 늘었지만 임직원 수는 3% 줄었다. 조선과 건설업을 하는 한진중공업은 외부 하청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체 고용이 늘지 않았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10년 전 6 대 4였던 직영과 외주의 비율이 요즘은 4 대 6으로 역전됐다”며 “매출이 많이 늘어도 고용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케이티앤지(KT&G)는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다 민영화까지 겹쳤다. 이로 말미암아 2000년 이후 내리 3년 동안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고용이 줄었다. 엘에스전선도 식당·경비·물류 분야를 분사시키고 자동화율을 높여 현장 노동자를 줄였다. 빙그레는 경쟁력이 떨어지던 라면 사업을 접는 바람에 고용이 25% 가까이 감소했다. 엘지상사는 패션사업 부문 일부 공장과 군소 사업부를 분사시켜 임직원 수가 60% 이상 줄었다.

삼성전자 뜨고 현대차 지고=2000년과 2005년 각각 임직원 수 상위 10개 기업을 비교해보니,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00년 임직원 수 4만4016명으로 3위에 머물던 삼성전자는 5년 새 83.1%가 늘어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와 엘시디 라인 증설 등 신규 투자가 늘면서 연구직과 생산직이 많이 늘었다”며 “현재 연구직 인원만 3만4천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구미공장 확장과 파주공장 신설 등 눈에 띄게 외형을 키워온 엘지필립스엘시디도 같은 기간 임직원 수가 4100명에서 1만5539명으로 늘어 47위에서 8위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줄곧 1위를 지켜오던 현대차는 2003년부터 삼성전자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미국·인도·중국·터키 등 국외 투자에 치중하느라 국내 고용 증가 폭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현대차의 국외 공장에 채용된 현지인은 2000년 약 3천명에서 올해 10월 현재 1만3천여명으로 1만명 가량 늘었다. 케이티는 성장 정체와 민영화 등의 여파로 5년 만에 임직원 수가 17.8% 줄었다.

상위 10개 기업 전체 임직원 수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고용창출 덕분에 같은 기간 30만4914명에서 31만4107명으로 9193명 증가했다.


아이티·금융·유통 고용 선전 … 전통산업 주춤=고용 증가율 순위 ‘빅3’은 한솔엘시디, 엔씨소프트, 엘지필립스엘시디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 모두 차지했다. 462.9%로 임직원 수 증가율이 가장 컸던 한솔엘시디는 주력 사업을 모니터에서 백라이트유닛(엘시디 뒤에 위치해 광원을 제공하는 장치)으로 바꾼 뒤 매출과 고용이 급증했다. 솔로몬상호저축은행과 미래에셋증권 등 최근 크게 성장한 일부 금융회사들의 임직원 수 증가도 돋보였다.

반면 철강·조선·자동차 등 전통적으로 많은 고용을 창출했던 업종은 예상외로 고용이 줄거나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흑자전환과 업황 호황에도 불구하고 5년간 임직원 수가 3% 감소했고, 글로벌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몸집을 줄였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최근 몇년간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분이 적지 않은데다, 시설투자도 과거와 달리 노동력을 많이 쓰지 않는 ‘노동 절약적’ 기술을 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아차는 2배 넘게 이익을 내고도 고용은 9.9% 늘리는 데 그쳤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결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증가한다”며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만들어주고,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밀려나고 있는 청년들과 중고령층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박현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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