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⑦ 통합 금융서비스 그늘
[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⑦ 통합 금융서비스 그늘
펀드·보험 판매 가족 동원
인기없는 상품 팔수록 가점
목표액 강요 관행 없애야 [사례1]증권사에 근무하는 김아무개 과장에게 1년 전 회사에서 펀드 강제 할당이 떨어졌다. 친구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거는가 하면, 동원할 수 있는 동창회 인맥까지 모조리 수소문했다. 그는 최근 기한에 쫓긴 나머지 펀드 가입을 거절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먼저 1개월치를 낼테니 통장만 만들자고 제안을 해 억지로 가입시킨 적이 몇 번 있다. 이후 친구들과 서먹해졌다. 자신이 돈을 내서 펀드에 억지로 가입시킨 것이 못내 민망했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열린 동창회도 나가지 않았다. [사례2]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씨의 남편은 은행원이다. 은행연계보험(방카슈랑스)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남편에게 보험 가입 할당 건수가 부쩍 늘어났다. 이씨는 행여 남편이 할당 몫을 채우지 못해 직장에서 마음 고생을 할까봐 남편 몫의 상당 부분을 자기 이름으로 대신 가입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이미 보험에 가입한 상태여서 도움받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이렇게 가입한 보험상품이 이제는 손가락으로 헤기에도 벅찰 정도다. 손해를 보고 해약하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애초 금융회사 겸업화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손님의 다양한 금융 욕구를 한 장소에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잘만 하면 손님이 한 장소에서 통합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성과 함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겸업화 과정에서 시장을 선점하고자 과열경쟁을 한다는 데 있다. 임직원들을 강제할당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통합 금융서비스가 강제할당 발판으로 둔갑=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고객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손님 눈높이에 맞춘 상품설계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은 겸업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이런 능력을 배양시키기보다는 여러 금융상품을 되도록 빨리, 될수록 많이 팔도록 내몰고 있다. 실제로 은행 피비(PB·프라이빗 뱅킹의 준말. 금융회사에서 고액 자산가 등 주요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 주는 창구, 또는 그 담당자를 일컫는 말)들은 최근 이용자로부터 여유자금 투자를 의뢰받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은행에서는 수시로 피비들의 판매 실적을 순위로 매겨 발표한다. 판매 실적은 상품마다 정해진 점수에 따라 곧바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손님에게 유리한 상품들은 대개 고과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순위가 올라가려면 손님들이 내켜하지 않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당수 피비들은 손님 얼굴을 대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사례에서 보이듯,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상품을 많이 팔면 인사고과에 반영돼 승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은 이용자들과 지인들에게 상품을 강매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일정 기간 안에 할당을 채워야 하는 때는 본인이나 가족들이 대신 ‘울며 겨자먹기’로 할당치를 소화하는 일이 잦다.
금융회사 종사자 목표 할당 금지 규정 만들어야=이처럼 금융회사들이 목표 달성에 치우쳐 임직원들에게 강제 할당식으로 영업을 강요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임직원들에게 판매를 할당하는 품목과 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금융회사 직원들로부터 보험과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 가입할 것을 ‘강요’당했다는 신고도 부지기수다. 통합 금융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부작용이 훨씬 더 심해진 것이다.
상품 강제 할당의 또 다른 문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상품 판매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이전에는 주로 보험회사에서 과다한 목표액를 설정해 무리한 영업을 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내년부터 보험설계사에게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 보호 대책의 하나로 보험설계사에게 목표를 할당하거나 홍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보험설계사에게 지나친 영업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결국 이용자 보호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목표 할당을 강요하는 업계 관행에 대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직원들에게 금융상품과 판매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판매자격제 도입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금융 소비자는 물론 금융 종사자 가계까지 풍비박산나는 것을 막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리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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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액 강요 관행 없애야 [사례1]증권사에 근무하는 김아무개 과장에게 1년 전 회사에서 펀드 강제 할당이 떨어졌다. 친구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거는가 하면, 동원할 수 있는 동창회 인맥까지 모조리 수소문했다. 그는 최근 기한에 쫓긴 나머지 펀드 가입을 거절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먼저 1개월치를 낼테니 통장만 만들자고 제안을 해 억지로 가입시킨 적이 몇 번 있다. 이후 친구들과 서먹해졌다. 자신이 돈을 내서 펀드에 억지로 가입시킨 것이 못내 민망했기 때문이다. 연말을 맞아 열린 동창회도 나가지 않았다. [사례2]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씨의 남편은 은행원이다. 은행연계보험(방카슈랑스)이 시작된 2003년 이후 남편에게 보험 가입 할당 건수가 부쩍 늘어났다. 이씨는 행여 남편이 할당 몫을 채우지 못해 직장에서 마음 고생을 할까봐 남편 몫의 상당 부분을 자기 이름으로 대신 가입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이미 보험에 가입한 상태여서 도움받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이렇게 가입한 보험상품이 이제는 손가락으로 헤기에도 벅찰 정도다. 손해를 보고 해약하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애초 금융회사 겸업화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손님의 다양한 금융 욕구를 한 장소에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잘만 하면 손님이 한 장소에서 통합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성과 함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겸업화 과정에서 시장을 선점하고자 과열경쟁을 한다는 데 있다. 임직원들을 강제할당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통합 금융서비스가 강제할당 발판으로 둔갑=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고객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손님 눈높이에 맞춘 상품설계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은 겸업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이런 능력을 배양시키기보다는 여러 금융상품을 되도록 빨리, 될수록 많이 팔도록 내몰고 있다. 실제로 은행 피비(PB·프라이빗 뱅킹의 준말. 금융회사에서 고액 자산가 등 주요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 주는 창구, 또는 그 담당자를 일컫는 말)들은 최근 이용자로부터 여유자금 투자를 의뢰받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은행에서는 수시로 피비들의 판매 실적을 순위로 매겨 발표한다. 판매 실적은 상품마다 정해진 점수에 따라 곧바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손님에게 유리한 상품들은 대개 고과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순위가 올라가려면 손님들이 내켜하지 않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당수 피비들은 손님 얼굴을 대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사례에서 보이듯,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상품을 많이 팔면 인사고과에 반영돼 승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은 이용자들과 지인들에게 상품을 강매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일정 기간 안에 할당을 채워야 하는 때는 본인이나 가족들이 대신 ‘울며 겨자먹기’로 할당치를 소화하는 일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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