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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융주권찾기]기존보험 대출로 내고 추가보험 가입시켜

등록 2007-01-17 19:53수정 2007-01-17 20:07

약관대출 자동납입 악용
환급금 초과땐 계약 해지
보험료 부담에 가계 휘청
[캠페인] 금융소비자 주권 찾기
⑩ 보험 편법 판매술

사례 30대 초반의 주부 이아무개씨는 남편의 한달 수입 210만원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결혼 초부터 외국계 보험설계사인 학교 선배의 강권에 못이겨 보험에 하나 둘 가입했다. 현재 보장성 보험에 40만원, 연금보험으로 50만원을 4~5년째 매달 불입한다. 그런데 최근 설계사가 기존 연금보험은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약관대출을 받아 보험료를 자동 납입하는 방법으로 유지하고, 대신 연금보험에 매달 붓는 50만원은 펀드에 투자되는 변액보험에 새로 가입할 것을 제안했다. 지금 납입하고 있는 보험료만으로 수익이 높은 변액보험에 추가 가입한다는 게 이상했지만, 복잡한 연금보험 변경표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계사의 얘기가 그럴 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씨는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보험을 새로 가입하는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또 생활 형편에 비해 그동안 보험을 과다하게 가입한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대출받아 보험료 내라고?=약관대출을 받아 보험료를 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연금보험은 노후 대비를 위한 상품이다. 따라서 보장보다는 저축의 성격이 강하다. 긴박한 자금이 필요할 때 다른 보험상품과 마찬가지로 해약 환급금의 80~90% 범위 안에서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약관대출 금리는 연금보험의 금리보다 1~1.5%포인트 높다. 가계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자동 대출 납입을 신청하면 당분간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보험이 해약되지 않기 때문에, 보장이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례에서 소개된 이씨의 경우 이미 보험료를 과다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금보험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장성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 매달 들어가는 보험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런 처지에서 보험을 추가로 든다는 것은 가계를 파탄으로 내몰 수도 있다. 보험설계사도 이씨의 이런 형편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귀가 솔깃할 수 있는 얘기로 이씨에게 추가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편법이기는 하지만 약관대출을 이용하면 연금보험도 깨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변액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사탕발림한 것이다.

하지만 연금보험을 약관대출로 자동 납입할 경우 이씨는 보험료 외에 대출이자도 내야 하기 때문에, 7~8년 뒤에는 해약 환급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수 있다. 또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한 탓에 대출금이 환급금을 초과하게 되면 대출이 중단돼 보험료가 더 이상 자동 납부되지 않는다. 결국 연금보험 계약도 해지된다. 연금보험을 유지하면서 변액보험을 하나 더 가입한다는 것은 이처럼 성립될 수 없는 얘기다.

그런데도 보험설계사는 마치 연금보험이 변액보험으로 계약이 전환되는 것처럼 교묘히 포장했다. 연금보험의 약관대출 금리는 낮게 표시하고 변액보험의 수익률은 높게 예시한 ‘연금보험 변경표’를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시켰다.

보험설계사들의 편법 영업 확산=보험설계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예전에는 주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대졸 남성 설계사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보험 상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쌓아 보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맞춤형 보험 상품을 설계하는 등 보험 시장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일부 설계사들은 전문 지식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각종 편법 판매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신종 편법 판매술은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절세를 과장하거나 심지어 탈세를 유도하는 쪽으로 상품을 설계하는 설계사들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험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사례에서 소개된 이씨처럼 보험료를 과다하게 지출한 탓에 가계의 재무 구조가 망가진 소비자도 속출하고 있다. 가계 형편이 어려워 보험료 납입이 불가능한데도 약관대출로 보험을 더 늘리는 것은 재무 구조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칫 가계 재정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계약의 본래 목적과 내용과는 무관한 설계사의 제안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정리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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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재무설계 이규빈 대표, 제윤경 교육본부장, 이성준 컨설턴트, 이성호 컨설팅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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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납입 힘들면 대출보다 일시 중지를

보험사의 약관대출은 은행의 예금 담보대출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고객이 적립해 놓은 돈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제도인데, 보험이라는 장기 상품에 돈이 묶인다는 점에서 비상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약관대출 이율은 보험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연 6.3~6.8% 수준이다.

그러나 약관대출을 장기로 받거나 보험료 납입의 용도로 받을 경우엔 문제가 생긴다. 약관대출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미 가정 경제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장기로 빌려 쓸 경우 보험료 부담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보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 차라리 이런 경우라면 일찌감치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해약 환급금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특히 보험료 납입을 위해 약관대출을 받는다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보험 상품에 붙는 이자보다 약관대출 금리가 높은 탓에,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 낮은 이율의 상품에 투자하는 꼴이 된다. 당장 해약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해약 환급금마저 시간이 흐를수록 고갈돼, 결국엔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가계 재정에 변동성이 생겨 3달 이상 약관대출을 받아야만 보험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일단 보험료 납입을 중지하고, 나중에 다시 보험 계약을 살려 납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이성호 ㈜희망재무설계 컨설팅 매니저

보험 ‘살빼기’ 가계건강 도움
최소 비용으로 보장받고 나머지는 저축

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험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보험과 저축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저축과 달리 보험은 가입하면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은 저축과 근본적으로 다른 금융 상품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리 보험료를 내고, 목돈이 나갈 때 부담을 더는 금융 상품이다. 따라서 보험료 안에 미래의 위험에 대한 보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입 뒤 중도 해약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보험 판매를 하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부담감도 보험을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친척이나 학교 선·후배가 보험 영업을 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보험을 권유받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본의 아니게 가입해야 했던 경험이 많은 탓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학력 전문 설계사들이 늘어나면서 보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따라 보험에 가입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의 필요성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망 보장과 상해, 질병 등 각종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필요하다고 하나 둘씩 가입하다가 저축이 불가능할 정도로 보험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험이 꼭 필요한 금융 상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가계 유지가 버거울 정도로 보험료를 지출한다는 것은 더 큰 미래의 불안을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이제 보험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그러나 ‘본전 생각’이 보험 다이어트를 항상 가로막는다. 새는 돈을 막기 위해 보험 다이어트를 결심했을 때,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갈등을 불러온다. 보험을 저축과 혼동하는 탓에, 내가 낸 돈은 반드시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를 깊이 내린 결과다. 보험료는 기본적으로 보장을 받기 위해 가입자가 보험회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본전 생각보다는 최소 비용으로 보장을 받고, 나머지는 저축과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보험을 최적의 상태로 다이어트하기 위해서는 원금 손실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 보장의 필요성 여부부터 제대로 따질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험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보험도 증권 투자처럼 ‘손절매’ 개념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윤경 ㈜희망재무설계 교육본부장 jykk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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