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업계 ‘닫힌 검색’ 스스로 문제제기
‘서치데이 2008’ 컨퍼런스
비회원은 카페글 못봐 폐쇄적인 운영 인정
외부 블로그 노출 차별 조만간 해결할 방침
비회원은 카페글 못봐 폐쇄적인 운영 인정
외부 블로그 노출 차별 조만간 해결할 방침
네이버가 지배하는 검색시장에 대한 도전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포털 내부에서도 ‘한국형 닫힌 검색’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치데이 2008’ 콘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포털의 검색서비스 책임자들은 한국형 검색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한국 포털들의 폐쇄성을 언급하며 이의 개선 필요성을 시인했다.
손경완 다음 검색본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표적 커뮤니티 서비스였던 다음카페는 글을 보려면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는 접근할 경로가 전혀 없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며 “포털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다양한 영역별 콘텐츠를 한번에 보여주기 위해 통합검색을 내놓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병학 엔에이치엔(NHN) 검색개발센터장도 네이버의 검색 운영정책에 대해 “네이버 외부의 블로그에 대해서는 정책상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인정하며 “이 문제를 조만간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털서비스 1, 2위 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이 자사 서비스의 폐쇄성을 일부 시인하고 개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검색결과와 지식검색·통합검색 등 이용자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로 한국 검색시장을 이끌어오며, 점유율 70~80%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종류별로 분류해 한 화면에 보여주는 네이버의 통합검색은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세계적 업체의 서비스에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네이버 검색은 이용자들을 자사 사이트에 머물도록 하는 방침을 고수해 ‘닫힌 검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블로그 전문 검색엔진 나루닷컴의 박수정 이사는 “포털 검색은 포털 바깥의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포털은 블로그에 스크랩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도구를 줘 펌질을 양산하고 누리꾼의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돕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 데이터베이스 위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해 외부 블로거들의 불만을 사온 데 대해 네이버 쪽은 “외부는 내부와 달리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라며 “의도적인 노출 불이익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낸 연구보고서에서 웹2.0 서비스가 국내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배경엔 ‘이용자의 포털 종속현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포털이 이용자 편의를 내세워 다른 사이트로 가지 못하도록 해 생긴 현상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포털의 화면 구성은 정보를 찾는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검색하게 하기보다 포털이 편집한 정보에 대해 유희적으로 반응하게 해 인터넷 문화를 하향평준화시킨다”고 평가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보듯 검색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 주요 포털은 경쟁적으로 검색서비스 강화를 선언했다. 네이버는 전문검색 서비스와 신뢰도 높은 외부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가기로 했다. 다음은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카페 검색 기능을 완료하고 초기화면에 ‘실시간 이슈 검색어’ 와 같은 새로운 코너를 전진배치했다.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도 싸이월드의 방대한 콘텐츠를 검색결과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야후코리아도 28일부터 600여 정부·기업·연구소·학회 홈페이지에 있는 각종 자료 300만건에 대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적 검색’에 대한 평가는 긍정·부정이 교차한다.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는 “한국에 고유한 네이버 검색은 이용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끌어낸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웹이 계속 개방·확장되고 있는데 웹을 검색에서 보조적으로만 수용하려 해온 방식이 앞으로도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또 “후발업체들은 네이버를 따라 하려는 방식으로 절대 앞서 나갈 수 없다”며 “선발업체보다 더 좋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따라잡겠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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