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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름값 구조 문제점 못찾고…재탕·삼탕 대책만

등록 2011-04-06 21:25수정 2011-04-06 23:24

석유가격 분석
석유가격 분석
석유가격TF 결과물 보니
정유사 독과점 탓한 정부 ‘오판’ 드러난셈
혼합판매·자가폴 설립 등은 현실성 떨어져
석유제품 거래시장도 예전에 추진한 정책
‘경쟁’, ‘투명성’, ‘공정성’. 이들 세 단어는 지난 5일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배포한 9쪽짜리 보도자료에서 각각 19, 7, 2차례씩 등장한다. 그만큼 석유시장 독과점이 심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대책은 자연스럽게 석유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경쟁 촉진 방안으로 모였다. 이를 통해 독과점에서 비롯되는 가격 왜곡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막상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기름값을 낮출 만한 뾰족수는 보이지 않는다. 재탕, 삼탕한 정책이 있는가 하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추진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르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이후 불과 닷새 만에 의욕적으로 꾸려진 티에프 활동이 용두사미로 끝난 셈이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게 ‘혼합 판매’(혼유) 허용이다. 티에프를 이끈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실행된다면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검토 과제로 되어 있는 만큼 효과는 둘째치고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상표법 문제, 소비자 불신, 품질 보장 등 걸림돌도 여럿이다. 정유사들은 지금도 ‘타사 거래’를 통해 에스케이(SK)에너지나 지에스(GS)칼텍스 등의 간판을 내건 주유소들에 자사 제품이 아닌 제품을 공급하는 비중이 많게는 40%에 이른다.

시장 투명성 확대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석유제품 거래시장 개설은 과거에도 추진했던 정책이다. 2000년엔 전자상거래 사이트, 2008년엔 석유 선물시장을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이번에 시장 참여자들에게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당근을 주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증권거래소를 통한 전자상거래는 올해 말 개설하고, 선물시장은 2012년 말까지 개설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다소 먼 이야기다.

또 엔에이치오일(NH-OIL)과 같은 원가절감형 ‘독립폴’(정유사 브랜드를 쓰지 않는 주유소)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독립폴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폴의 비중이 불과 1.92%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까 관료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보인 일종의 해프닝이었다”며 “거래시장 개설이 핵심 대책이었다는 건 대책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독과점 정유사들의 가격결정 구조를 손대면 값이 내려갈 것이란 정부의 섣부른 판단이 착오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티에프팀은 휘발유 가격의 원가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봤지만 값을 낮출 수 있는 대목을 시원스럽게 찾지 못했다. 정유사들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제품가격’(MOPS)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성과가 있었다면 국제원유값이 내릴 경우 국내 가격이 쉽게 내리지 않는다는 비대칭성을 확인한 정도다. 김창섭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 부단장(경원대 교수)은 “정부가 이례적인 방식으로 개입해 가격을 낮추려는 것 자체가 너무 무리였다”며 “이번 정책으로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은 휘발유 가격을 일제히 ℓ당 100원씩 내리고 있다. 티에프팀이 대책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가장 손쉬운 기업들 ‘손목 비틀기’를 통해 강제로 가격을 내린다는 의구심만 커졌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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