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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최저임금 소모적 갈등 줄이려 ‘인상 뒤 고용 영향’ 분석

등록 2018-02-20 10:13수정 2018-02-20 11:41

독일 프랑크푸르트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는 이은주(오른쪽)씨는 법정 최저임금 도입 영향으로 미니잡 직원 위주로 운영해오다가 정규직 직원을 차츰 늘리고 있다. 정은주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는 이은주(오른쪽)씨는 법정 최저임금 도입 영향으로 미니잡 직원 위주로 운영해오다가 정규직 직원을 차츰 늘리고 있다. 정은주 기자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시키자]
① 최저임금 도입 3년 독일의 교훈

10년간 시행 준비
“일자리 대란 우려” 정치권 반발
독일정부 실증분석 뒤 “괜한 걱정”

단계별 확대시행 전략
EU내 저임금 인접국들 고려해
직종별 유예기간 등 거쳐 전면화

2년 주기 고용영향 평가
일자리 수 변동 등 점검하고
다음번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법정 최저임금 도입을 앞두고 독일 사회도 뜨겁게 논쟁했다.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을 8.5유로(시급·약 1만1300원)로 정하면 소규모 기업들이 직원을 줄여 ‘실업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정부의 자문 역할을 담당하는 ‘자문위원회’는 10만개,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연구소(IFO)는 1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5년 최저임금을 도입한 뒤 3년이 지났지만 예측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지난 1월 기준 독일 실업률(계절조정치)은 5.4%로, 1990년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일에서 최저임금제가 연착륙한 이유로는 경기 회복기에 고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도입된 점이 첫손가락에 꼽히지만, 사회적 토론과 실증적 연구를 10년간 거듭했고 업종과 근로 형태 등에 따라 유예기간이나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신중한 접근을 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 10년간 실증분석 및 논쟁의 산물 독일에선 1990년대 중반부터 임금 격차가 커지고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나자,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하자는 요구가 식음료 및 외식업 노조를 중심으로 움텄다. 이후 2006년 독일노조총연맹이 법정 최저임금 도입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사회민주당이 이를 총선 공약으로 받으면서 우호적 여론이 쌓여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9년 8개 업종에서 단체협약에 의한 최저임금 도입이 이뤄졌지만, 정작 소매업과 외식업 등 저임 노동 밀집 업종에선 적용되지 못했다. 노사 단체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 단체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탓이다. 2009년 이후 재구성된 연정이 실업 발생에 대한 우려를 명분으로 법정 최저임금 도입을 거부하자, 독일 노동부는 2010년 8개 업종의 고용영향을 따져 최저임금 도입이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이런 실증분석에 힘을 얻은 노조가 정치권을 압박하고 법정 최저임금 도입이 다시 총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2013년 12월에야 법정 최저임금 도입이 결정됐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학의 ‘직업과 자격’ 연구소 토르스텐 칼리나 연구원은 “초기에는 노조 가입률과 임금 인상률 하락 우려로 제조업 노조들도 반대했지만 10년간 실증 분석과 토론을 거치면서 노동계는 물론이고 진보·보수 정당들도 합의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유예기간·적용제외 등 단계별 전략 독일은 최저임금 도입 당시 첫 시급을 주변국 임금 수준까지 고려해 정하는 등 점진적 접근에 나섰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학 게르하르트 보슈 교수는 “동독 지역과 국경이 맞닿은 폴란드·체코 등의 임금이 낮았기에 서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은 8.5유로 수준에서 책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저임금 도입 당시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 약 400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임금 수준이 낮은 동독 지역에 포진해 있었는데, 이를 고려해 동독 지역의 경우엔 2016년 말까지 일부 산업에서의 도입을 유예하는 조처가 취해지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그 결과 시간제 노동, 건물 청소, 간병 등 10개 업종에선 노사가 협상한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8.5유로)보다 낮더라도 한동안 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단계를 거쳐 지난해 1월에야 비로소 독일 전 지역, 전 업종에서 법정 최저임금이 전면 시행됐다.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 규정도 두텁게 뒀다. △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18살 미만 청소년 및 직업훈련생 △학교 또는 직업훈련 규정에 의해 의무적으로 이행되는 인턴(수습) △6주 미만으로 시행되는 자발적인 인턴 △수습 및 자원봉사자에게는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 이주노동자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을 위해 장기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한 경우엔 첫 6개월간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한 슈퍼마켓 모습.  정은주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한 슈퍼마켓 모습. 정은주 기자
■ 2년 주기로 고용영향 평가 원칙 독일에선 최저임금위원회가 2년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평가하고 다음 인상률을 결정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인 최저임금위는 2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 수준을 조정한다. 다음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에 앞서 기존 최저임금이 산업·지역별로 고용과 기업경영,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한다. 최저임금위는 2016년 6월에 낸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도입으로 시급 8.5유로를 채 받지 못하던 저임금 노동자가 300만명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노동강도를 높이는 기업들도 생겨났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소모적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노사가 산업별 단체협상으로 결정한 임금인상률을 평균 내어 결정하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의 독일 평균 임금인상률은 전년 대비 각각 2.9%와 2.5%였는데. 이를 합쳐서 반영해 최저임금이 2015년 시급 8.5유로에서 2017년 8.84유로로 인상됐다. 독일 연방고용공단 산하 고용연구소(IAB) 마리오 보슬러 연구원은 “최저임금위는 소모적 논쟁이나 의결 절차를 최소화하면서 최저임금 효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을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결정 주기를 2년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2019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위는 단신 노동자가 전일제로 일할 때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고용을 위협하지 않으며 공평하고 경쟁적인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인상률을 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런 원칙에 따라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인상률을 단체교섭 평균치와 다르게 결정하려면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도록 했다.

뉘른베르크 뒤스부르크/글·사진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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