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듭 충격을 받았다. 전문기관들은 역대 경제위기와는 다른 성격으로 파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는 초기에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2일 코스피는 3.87%(73.94) 급락한 1834.33으로 마감돼 2015년 8월24일(1829.81)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장중 한때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8년5개월 만에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이 9천억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판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3.5원 급등(원화가치 하락)해 1206.5원에 장을 마쳤다. 인도 증시가 역대 최대폭인 8.18% 폭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어 개장한 프랑스 파리 주가지수도 현지시각 12일 오후 2시52분 현재 10.59% 떨어지는 등 유럽 증시도 폭락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12일(현지시각) 개장 5분 만에 에스앤피(S&P)500 지수가 7%대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거래가 15분 동안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됐다. 1997년 10월 이후 23년 만인 지난 9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데 이어 사흘 만이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이날 오전 22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향후 1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설 확률이 거의 70%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불황이나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는 금리를 내려 뇌관인 부채 문제를 차츰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된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장사가 안되니 임차료를 못 내고 회사가 휴업하니 월급을 못 받고 납품을 못 하니 이자를 연체한다. 경제의 혈맥인 돈이 돌지 않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통화완화 정책 매뉴얼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팬데믹의 경제 충격은 소비 위축과 공급망 붕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어난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미국 기업의 약 75%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운송 규제 때문에 공급망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이 1%에 그치고 중국은 4% 안팎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취약한 유로존은 확진자 수까지 급증하고 있어 침체 국면 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유로존의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각각 0.4%, 1%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의 세계 경제 충격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는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감염 확산 정도나 치명률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을 가정해 추정한 주요 연구기관별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 예상액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감염률(10~30%)과 치명률(2~3%) 수준에 따라 올해 세계 지디피가 2조3300억~9조17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세계 지디피 추정치(88조달러)의 10%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경제 충격이 세계 지디피의 1.3%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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