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급락한 증시가 하루 만에 급반등했다. 앞으로의 전염병 확산세와 경제 충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증시에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7.23(5.28%) 급등한 2138.05로 마감했다. 전날 낙폭(101.48)보다 상승 폭이 컸다. 코스닥도 42.23(6.09%) 오른 735.38로 거래를 마쳐 전날 하락분(52.91)을 상당 폭 만회했다. 외국인 순매수는 코스닥(4167억원)이 코스피(1318억원)보다 많았고 기관 순매수는 코스피(3883억원)가 코스닥(835억원)보다 많았다. 전날 급락장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5311억원과 4796억원을 순매도했다. 장중 한때 코스닥150선물 지수가 전날보다 5.5% 상승하고 9월물도 6.2% 상승해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효력이 5분 동안 정지되기도 했다. 선물 시장 급등락으로 인한 현물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특정 종목 체결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사이드카’ 조처다. 원-달러 환율은 8.8원 내린 달러당 1207.2원에 마감했다.
간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구체적인 회사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게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상승 동력이 됐다. 미국 기업 신용이 경색되면 다른 국가에도 유동성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데, 그 위험이 줄어든 것이다. 메리 델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연준의 통화 완화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며 연준 정책에 힘을 실었다. 전날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지수가 각각 0.83%와 0.62%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1.43% 올랐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4.88% 급등했고 상해종합지수도 1.3% 상승 마감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폭락했던 국내외 증시가 유동성의 힘과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급반등한 뒤, 실물과 금융시장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호재와 악재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급등락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난 1월 평균 6조4346억원에서 지난달 9조9573억원, 이달 14조2337억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19일엔 미 모더나 백신 1차 임상 통과 소식에 2.25% 올랐다가 시험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뉴스가 나오자 22일 1.41% 하락했고, 이달 3일엔 미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에 2.87% 급등했다가 확진자 수가 늘자 8거래일 만인 15일 4.76% 하락했다. 미국 증시도 나스닥지수가 11일 신규 확진자 수 급증으로 5.27% 하락한 뒤 2거래일째 1%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은택 케이비(KB)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동성 유입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다 보니 주가 조정을 두려워하는 투자자 심리가 확대됐고 각종 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등 과거 경기 침체를 보면 주가가 하루 사이에 급등락하는 현상이 잦았던 만큼 이번에도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제까지 코스피가 1400대에서 2200대까지 빠르게 올라온 것처럼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높은 변동성이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침체가 얼마나 갈지, 시장 주도주가 추세에서 이탈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해 투자에 임하라”고 조언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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