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뛴다/④ 윤성은 SKT 베트남본부 과장
에스케이텔레콤 베트남지역본부 윤성은(34) 과장은 매일같이 꾸는 꿈이 있다. “에스텔레콤을 한국의 에스케이텔레콤처럼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동통신 업계를 대표하는 해외진출 사례로 만들 것입니다.” 에스텔레콤은 에스케이텔레콤과 호치민인민위원회에 딸린 국영 통신업체 사이공포스텔의 합작으로 2003년 7월에 설립된 베트남 이동전화 업체다.
에스텔레콤은 베트남의 4개 이동전화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방식(CDMA)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3개 업체 것은 모두 유럽방식(GSM)이다. 2005년 말 현재 가입자도 30만명을 약간 웃도는 규모로, 4개 업체 가운데 꼴찌다. 서비스 반경도 가장 좁다. 더욱이 베트남 이동전화 회사는 올해 6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윤 과장은 “에스텔레콤을 5년 안에 베트남의 2위 이동전화 회사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베트남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780만명 정도로, 보급율이 10%도 안된다. 베트남 정보통신부의 전망대로라면 베트남 이동전화 가입자는 2010년에 2760만명으로 늘어난다. 신규 수요 2천여만명 가운데 절반만 끌어와도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는 “베트남 인구 가운데 60% 이상이 서른살 이하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젊은층은 무선인터넷이나 컬러링 같은 부가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크다. 에스케이텔레콤이 한국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단말기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먹힐 수 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과장이지만 부문장(전무)처럼 일한다. 베트남지사로 출근해 일을 한 뒤 호치민인민위원회 투자계획부를 들렀다가 에스텔레콤의 직영 대리점을 거쳐 오후에는 에스텔레콤 본사에서 일하는 게 하루 일과다. 그를 따라다니면 이동전화로 “렛츠고”라고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운전기사에게 차를 대라는 것이다. 그는 또 수시로 공무원과 기자들을 만나 인적 네트워크를 넓힌다.
그는 지난해 초 3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자원해서 베트남지역본부로 옮겼다. 이미 시장이 포화돼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시장과 비교할 때, 베트남 이동전화 시장이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베트남지역본부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에스케이텔레콤은 베트남 이동전화 사업을 접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로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윤 과장이 베트남지역본부로 옮기고 몇 달 뒤, 에스케이텔레콤은 에스텔레콤에 2007년까지 2억8천만달러(28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를 통해 호치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의 이동전화 통신망을 3세대(시디엠에이 1엑스 이브이-디오)로 바꾸고,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베트남 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 통신망을 대도시에만 깔면 될 줄 알았던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도 설 명절 때는 고향에 간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설에 고향에 갔는데, 남들 것은 잘 되는데 내 것만 안된다고 상상해봐라. 누가 이용하겠느냐? 한국에서 중고 단말기를 가져다 뿌린 것도 실책이었다.”
그가 ‘발’로 분석해낸, 그동안 베트남 이동전화 사업이 부진했던 이유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윤 과장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최상급으로 발전시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대신 그에게 숙제를 줬다. 2016년이 되면 손을 떼게 돼 있는 경영협력계약을 합작계약(조인트벤처)으로 바꾸거나 조건을 변경해, 에스케이텔레콤이 에스텔레콤을 직접 경영하며, 경영에 기여한 대로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는 “마침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잘 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호치민/글·사진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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