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ABC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화된 지금은 과거 현금을 주로 사용했던 때보다 자녀를 ‘돈맹’으로 키울 위험이 더 커졌다. 할인점에서 한 가득 물건을 담아 계산대에 가서 카드 한 장으로 계산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카드를 무슨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길 것이다. 여기에 부모마저 수입과 지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갖지 않으면 아이들은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할 것이다.
돈맹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 일류 대학을 나와 최고의 기업에 입사해 한달 꼬박 일해도 200만원이 안되는 돈을 버는 생활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돈은 하루하루 전쟁 같이 치러낸 노동의 대가로 현명하게 쓰고 지혜롭게 남겨 모아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 본 부모의 지갑 속 마법의 카드처럼 자신의 인생도 한 번에 원하는 곳에 도달해야 한다고 여길 뿐, 자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금융 교육’을 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금융 교육은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 1년도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어른으로 키우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다. 금융 교육은 단순히 금융 지식을 주입시키는 게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셈을 가르치고 선택을 가르치는 과정이어야 한다.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으며, 다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이러한 것들을 가장 일상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용돈을 줘야 한다.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을 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주어진 예산의 범위가 얼마인지, 그것을 쪼개 어떤 것을 선택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용돈을 남겨 돈을 모으는 습관을 갖게 해야 한다. 당장의 욕구를 참아 가치를 늘리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다. 욕구를 참아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일은 돈에 있어서 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 전체를 위해 아주 좋은 교육이 된다.
저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를 가르치면 좋다. 투자부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모은 용돈을 들고 아이와 함께 금융기관을 방문해 어린이 펀드 같은 상품을 가입하면 좋겠다. 어린이 펀드 상품에는 비정기적 추첨을 통해 어린이 금융 캠프 등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지자체와 같은 곳에서 운용하고 있는 어린이 투자 교실 등을 적절히 이용해도 좋다.
정리/안창현 기자, 도움말 에셋비 자문단
정리/안창현 기자, 도움말 에셋비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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