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박스권 머무를듯…“때이른 낙관론 경계를”
[특집-금융&재테크] 증시
기업실적 개선 없이 돈 몰려 증시 오르막
“시중에 풀린 돈 많은 만큼 부작용 클것”
기업실적 개선 없이 돈 몰려 증시 오르막
“시중에 풀린 돈 많은 만큼 부작용 클것”
세계경제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식시장이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저점 대비 40% 정도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90%가 넘게 상승했다. 개인들을 중심으로 직접투자가 늘면서 과열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낙관론에 기댄 섣부른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며, 경제 회복과 기업 실적 호전 등을 꼼꼼하게 지켜보면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기업 실적 개선은 더딜 듯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현재의 상황이 2001년 정보기술 거품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형태는 다르지만 패턴의 흐름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얘기다. 호황을 보이던 경제가 무너지면 1년 정도 모든 지표가 악화되는 시기를 겪고 2년차에는 경기선행지표는 돌아서지만 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은 쉽게 호전되지 않는 편이다. 경기가 저점을 찍어도 누적된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소비 확장세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세중 팀장은 경기회복 패턴을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기업 실적과 경제 상황을 반영해 한동안 대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세계경제가 바닥권에서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최근 분위기가 다소 호전됐지만 ‘100년 만의 위기’라는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대신 오히려 자금 지원을 통해 연명하는 형국이어서 체질을 말끔하게 회복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 유동성 장세 효과는? 물론 최근 들어선 주가 오름세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주가 오름세 비결은 무엇보다 ‘유동성의 힘’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유동성 장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단기 안전자산에 몰려 있던 부동자금이 3월 들어 서서히 위험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은 거시지표를 봐서는 해답을 얻을 수 없고 유동성에 따른 수급 여건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원은 “돈이 위험자산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방향이 쉽게 다시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국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국내 주식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속도 조절 차원에서 차익 실현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 정책변수도 걸림돌?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리다 보니 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세계 각국이 거품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또다시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해결하려 들면 또다른 거품을 낳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본원통화가 100% 이상 증가한 것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만큼 막대한 자금이 풀려 일단 돈이 돌기 시작하면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글로벌 자금 동향
경기선행지수와 주가지수의 괴리
■ 정책변수도 걸림돌?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리다 보니 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세계 각국이 거품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또다시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해결하려 들면 또다른 거품을 낳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본원통화가 100% 이상 증가한 것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만큼 막대한 자금이 풀려 일단 돈이 돌기 시작하면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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