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원, 코스피상장사 733곳 분석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있는 B등급 이하가 78%
투자 규모도 6조9천억원 전년보다 1조원 줄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있는 B등급 이하가 78%
투자 규모도 6조9천억원 전년보다 1조원 줄어
국내 상장사들의 사회적 책임경영이 미흡하고 지배구조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기금들의 사회책임투자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31일 공표한 코스피 상장사(733곳)의 환경경영·사회책임경영·지배구조(ESG) 통합 등급을 보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는 B등급 이하(571곳)가 78%에 달했다. 지배구조 분야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B등급을 받았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에 포함돼 주목받았던 오뚜기 등 16개사는 최하 등급인 D를 받았다. D등급은 지배구조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지배구조 분야를 제외하고는 B등급 이하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예년과는 달리 대기업집단별 등급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과거의 성과인 재무적 수치 외에도 기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이에스지(ESG)를 고려한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세계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2조9천억달러로 2년 새 25.2% 증가했다. 전체 투자자산에서 사회책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6.3%에 달한다. 특히 연기금 투자가 활발한 유럽의 책임투자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인권 등 윤리적 기준에 어긋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네덜란드의 연기금(ABP)과 미국 연기금 캘퍼스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견줘 한국의 사회책임투자는 더디기만 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6조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되레 1조원이 줄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등 3대 공적 연기금이 책임투자에 적합한 평가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이에스지 요소 분석 능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이에스지 관련 공시를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스지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거나 정기 사업보고서에 담아 공시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 상장사(81곳)는 4.3%에 그쳤다. 유럽연합, 노르웨이, 대만은 규모가 큰 상장기업들에 이에스지 공시를 의무화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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