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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대주주 편한 것만 “글로벌 스탠더드”

등록 2017-12-05 18:20수정 2017-12-05 20:45

섀도보팅 폐지 시점이 내년 1월1일로 다가오자 상장기업들이 지난달부터 또다시 시행을 미뤄달라고 요구해왔다. 섀도보팅 폐지는 ‘주주총회 혼란’을 이유로 지난 3년간 유예된 상황이었다. 섀도보팅이란 ‘그림자 투표’라는 이름 그대로 상장기업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1991년부터 ‘임시로’ 도입된 뒤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3년 넘게 유예된 섀도보팅 폐지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이번엔 주총 의결정족수(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과 발행 주식 총수의 25% 찬성) 요건과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되는 규정도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외국에 존재하지 않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유에서다. ‘반글로벌 스탠더드’인 섀도보팅을 폐지하는 대가로 요구한 ‘글로벌 스탠더드’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6일 열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섀도보팅 폐지 유예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섀도보팅은 내년부터 사라지게 된다. 기업들은 “감사 선임도 못 한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유예기간 동안 기업들이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되짚어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매년 3월마다 지적되는 ‘슈퍼 주총데이’가 대표적이다. 올해 3월24일에도 전체 상장법인의 44.8%에 해당하는 923곳이 같은 날에 정기주총을 열었다. 3월 중순(21~31일) 정기주총을 연 회사는 1780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사 중 86% 이상이 3월 하순을 주총 개최일로 정한 셈이다. 전체 상장법인의 절반 가까운 기업이 같은 날 주총을 여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총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2주 전에 게시되는 불성실한 주총 소집공고도 소액주주들의 주총 외면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펩시콜라 주주총회 소집공고만 봐도 150쪽이 넘는다”며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는 따르지 않고 주총 결의 요건만 얘기하는 건 입맛에 맞는 규제 완화만 요구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주총 활성화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총 결의 요건만 완화하는 것은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에만 기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정기주총 시즌까지 3개월 넘게 남았다. 섀도보팅 폐지 이후 첫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은 주총에 관심 없다”며 상장사들이 주주 탓하기 보다는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에 힘을 써야 할 때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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