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삼성증권 콜센터에서 ‘배당 사고’로 인한 피해 투자자 접수를 하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유령주식’을 팔아치운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수십억원대의 매매차손을 떠안을 처지가 됐다. 증권사 직원의 ‘도덕적 해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금전적으로도 최대 100억원대의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9일 삼성증권 관계자는 “매도한 직원 가운데 이익을 본 직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손실”이라며 “이들은 민사상·사규상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전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잘못 입고된 우리사주 배당금을 시장에 501만주(2천억원 상당)를 팔아, 주가가 12%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증권은 이날 약 260만주를 장내매수하고, 연기금 등 기관에 241만주를 빌렸다.
6일 오전 매도 물량이 쏟아질 때, 삼성증권 주가는 최저 3만5150원을 찍었다가 3만8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단순한 가정으로 직원들이 3만6천원에 팔았다가, 삼성증권이 3만7천~3만8천원에 사들인다고 계산하면 50억~100억원의 매매차손이 발생한다. 1인당 평균 3억원에서 6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셈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최대 100만주까지 내다 판 직원은 20억원까지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쪽은 “매매 시점이 제각각이고 물량도 달라 가중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손실액을 현재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매도한 16명을 모두 대기발령 낸 상태다. 유령주식을 내다 판 직원들 일부는 지난 6일부터 재매수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매수하기 어려운 물량은 회사에 위임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이들 계좌로 차입 물량을 되사나가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위임받은 트레이더는 최대한 시장에 영향이 없도록 매수하는 행위만 대신했을 뿐, 배상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배상에 응하지 않으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들에게 ‘점유 이탈물 횡령죄’ 적용 가능성도 거론한다. 실제로 대법원은 은행 송금에서 착오로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삼성증권 쪽은 “형사 절차 등은 자체 조사와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투자자 피해 구제 전담반을 설치해, 지난 6일 이후 이날 오후 4시까지 모두 18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고 이날 밝혔다. 직원들이 유령주식을 매도하며 주식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 구제 대상 범위에 대해 삼성증권 쪽은 “피해 접수를 마친 뒤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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