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세계 각국의 돈풀기로 국제 금값이 약 9년만에 온스당 1800달러를 돌파했다.
30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8월물) 가격은 온스당 1.1%(19.3달러) 오른 1800.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11년 9월21일(1805.5달러) 이후 최고치다. 금값은 지난해 말 1540달러에서 17% 상승했고 2분기에만 13% 가까이 올랐다.
최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에 따른 제한적인 격리조치가 재개돼 경제 정상화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를 촉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중의 갈등 고조도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다만 이날 미국 주식과 구리 등 위험자산의 가격도 함께 올라 금값 랠리를 온전히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값이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초 4조달러 수준이었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산은 양적완화 이후 7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만큼 돈이 시중으로 풀려나가면서 그동안 금값 상승을 가로막아왔던 달러도 약세로 돌아섰다. 금의 천적은 경제위기 때마다 ‘최후의 안전자산’ 지위를 놓고 다투는 달러다. 지난 3월 국제 금융시장이 신용경색에 빠지면서 모든 투자자들이 달러현금 확보에 나서자 금값은 온스당 1480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날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줘 미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97.3)는 0.16% 하락했다. 달러가치는 최근 한달 동안 약세(-0.5%)를 나타내고 있다.
실물경제 부진으로 증시 조정이 머지 않았다는 판단에 금을 손실 회피(헤지)용 자산으로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투자자금이 금과 장기국채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경기침체에 대비해 금화나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방어용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기관들은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금값이 지난 2011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1920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례없는 세계적인 통화완화 정책, 미국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에다 마이너스 실질금리까지 겹쳐 모든 상황이 금값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중에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6개월 뒤 1900달러, 1년 뒤에는 2000달러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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