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본사 사무실에는 칸막이가 하나도 없고 모두가 개방된 공간에서 일을 한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책상도 그 안에 섞여 있다.
사용자 욕구 데이터 분석, 전세계 5억5천여명 매혹
사무실 개방 투명함 지향…프로그램 표준화 공개덕
사무실 개방 투명함 지향…프로그램 표준화 공개덕
미국 본사 찾아가 ‘성공비결’ 들어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스탠퍼드 연구단지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사무실은 여느 벤처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원 대부분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20대이고, 천장이 높고 창이 넓은 사무실은 자유분방함과 활기로 넘쳐난다. 곳곳에 그래피티 아트와 낙서판들을 볼 수 있고, 컴퓨터 모니터 위에는 인형이나 장난감이 널려 있다. 어디를 가나 공짜 간식과 음료수를 맛볼 수 있으며, 일하는지 노는 중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의 청년들은 삼삼오오 소파에 눕거나 파묻혀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색다른 거라면, 아무도 자기 방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정도다. 넓은 사무실은 한 개의 칸막이도 없고, 조직 내 위계를 알려주는 책상 배치도 없다. 이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26)는 자리를 비웠지만, 이 역사상 최연소 억만장자도 직원들 틈에서 평범한 책상 하나를 갖고 있을 따름이다. 회사 곳곳을 안내해준 쿠미코 히다카 매니저는 “페이스북 사무실은 개방과 투명함을 지향한다”며 “회의실만 예외”라고 설명했다.
요즘 페이스북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도 두뇌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통한다. 지난 4일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페이스북 기업가치를 500억달러(약 56조원)로 평가하고, 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2004년 기업공개 당시 200억달러로 평가받으며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 구글보다 2.5배 높은 평가다. 고급인력의 블랙홀로 불리던 구글이지만, 구글의 핵심인력이 속속 페이스북으로 둥지를 옮기는 중이다. 수석급 엔지니어들의 이동은 물론이고, 미 재무장관 수석보좌관 출신으로 구글에서 부사장을 지낸 셰릴 샌드버그가 2년 전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 것은 실리콘밸리 동력이 페이스북으로 바뀐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2004년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만들어진 페이스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지난해 말 5억5000만 이용자를 넘어섰다. 지난해 미국에서 페이지뷰와 방문자 모두 구글을 추월하며,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한 사이트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뭐가 다른 것일까?
직원 수 고작 10명이던 창립 초부터 일해온 나오미 글라이트 제품관리 총괄책임자는 “페이스북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원했던 진정한 인간관계를 주고자 했다”며 “당신의 이름, 성별, 생일, 사진 등을 가짜가 아닌 진짜로 올려서 현실에서의 관계를 인터넷에서도 이어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세컨드라이프, 마이스페이스 등 앞선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다른 구조다. 글라이트는 “서비스 초기 진짜 이름과 사진을 올려야 한다는 것에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반응을 많이 받았다”며 “그렇지만 5년 전쯤부터 사람들이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됐으며, 이는 인터넷 초기와 달라진 문화적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용자 페이지(담벼락)에 친구들의 소식을 보여주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도 2006년 도입 땐 사용자들로부터 ‘침입적’이라는 반발을 샀지만, 이젠 필수불가결한 서비스가 됐다.
페이스북의 서비스 구조와 디자인, 사용법은 단순하다. 하지만 유사 서비스들과 기술력에선 차이가 크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이 자동 추천해주는 친구목록과 콘텐츠에 매혹된다. 뛰어난 내용기반 기술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천시스템 등이 페이스북의 장점이다. 프로그램 도구를 표준화해서 공개한 덕에 외부에서 이를 활용한 숱한 서비스가 나와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소셜게임과 소셜코머스 모두 페이스북에 의존한 서비스다.
초기에는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핵심기술 개발과 사용자 확대에 주력해 일개 서비스를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진 것도 페이스북의 차별점이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처럼 저커버그는 실제로 서비스 초기 배너광고에 반대했으며, 2006년 야후의 10억달러 인수 제안도 묵살했다. 국내 싸이월드가 ‘도토리’로 수익화에 나선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과 대조적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말 마크 저커버그를 ‘올해의 인물’로 뽑으며, 1927년 25살에 대서양을 횡단비행한 찰스 린드버그에 이어 두번째로 젊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린드버그의 비행이 두 대륙을 이어 새로운 세계를 펼친 것처럼, 전세계인을 하나의 소셜네트워크로 묶어내 기존의 인간관계와 일상을 확 바꿔놓았다는 게 선정 이유다. 저커버그는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되게 만들려는 게 페이스북”이라고 말한다.
구글이 ‘검색’을 기반으로 정보화시대 플랫폼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면, 페이스북은 ‘소셜’을 매개로 그 플랫폼을 확장시키고 있다.
팰로 앨토(미국 캘리포니아주)/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한국 기업들 ‘대북 경협’ 발묶인 새 ‘북한 자원’ 다 채가는 중국
■ 앵커 김은혜와 작별하기
■ ‘발묶인 JYJ’ 일본팬들 비상한 관심
■ 기름값 절반이 세금인데…정유사 압박이 해법?
■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한나라당이 먼저 공약했다
■ 입시에 찌든 고3…국영수 문제집 평균 25권
■ “중국 먀오족은 고구려 후손”
페이스북 본사 현관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타임>이 비치돼 있다.
곳곳에 공짜 간식과 음료수 코너가 놓여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추이.
페이스북 현황.
팰로 앨토(미국 캘리포니아주)/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한국 기업들 ‘대북 경협’ 발묶인 새 ‘북한 자원’ 다 채가는 중국
■ 앵커 김은혜와 작별하기
■ ‘발묶인 JYJ’ 일본팬들 비상한 관심
■ 기름값 절반이 세금인데…정유사 압박이 해법?
■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한나라당이 먼저 공약했다
■ 입시에 찌든 고3…국영수 문제집 평균 25권
■ “중국 먀오족은 고구려 후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