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한산한 서울 광화문 일대에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준 3단계 조처로 배달 수요 급증이 예상되면서 배달업계는 수요를 감당할 라이더 구하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라이더들도 살인적인 노동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업체들은 배달비 인상이나 포장 주문 유도와 같은 수준의 대응만 내놓을 뿐 뾰족한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30일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배달업계는 올해 들어 코로나19와 폭우 등으로 배달앱 이용이 늘면서 주문량 소화에 허덕이고 있다. 당장 라이더 확보가 어렵다. 주문 증가에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 라이더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영향을 줬다. 밤 9시 이후에는 배달·포장만 가능토록 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는 배달 주문 급증을 불러와 이런 어려움이 더 커질 거라는 게 업체들 우려다. 바로고 관계자는 “이번 주말(29~30일) 본사 직원들도 배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시행될 준 3단계 조처와 9월 초 예보된 태풍까지 염두에 두면 배달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여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라이더들도 주문량 폭증에 속앓이 중이다. 경기도 오산에서 배달대행 사무실을 운영하는 정아무개(38)씨는 “최근 2단계 거리두기 격상 이후 주문량이 두배 이상 늘었다”며 “늘어난 주문을 소화하려면 신호위반 등 무리한 운행이 불가피하고, 사고도 빈발한다”고 했다. 이어 “격리자나 확진 후 병원이송 대기자와 대면 결제를 하기도 한다. 정부가 배달을 권장하려면 라이더 안전장치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배민과 단체교섭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홍창의 조직국장은 “다음달 6일까지 ‘만나서 결제’를 중지해달라는 조합원 요구를 지난 28일께 배민에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일부 배달대행업체가 배달비 인상 조처를 꺼내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각대로’ 서울 노원지사는 지난 29일 음식점 점주들에게 “배달비를 500원 더 올려달라”라고 공지한 바 있다. 생각대로 서울 노원지사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라이더 부족이 심각한 터라 배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달리는 라이더의 몫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비는 라이더가 가져간다.
배민은 ‘포장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오더’를 ‘포장주문’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포장을 유도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 3위 업체 요기요·쿠팡 쪽은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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