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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디자인빅뱅] 슬림화 특명 휴대폰 판도 바꿔

등록 2006-07-06 19:51수정 2006-07-06 20:00

디자인 그룹 총괄 부사장 짐 웍스와 블랙레이저
디자인 그룹 총괄 부사장 짐 웍스와 블랙레이저
[디자인빅뱅] ② 미국 모토로라
구조조정 속 디자이너 늘려
다부진 ‘레이저’ 빅히트
눈길 확 끄는 ‘3m 룰’ 적용
2003년 10월 미국 시카고의 모토로라 디자인센터. 조용한 이곳에 시카고 본사로부터 특명이 떨어졌다. 작전명은 ‘슬림의 최강자’(King of Thin). 위기에 빠진 휴대전화 사업의 돌파구를 찾으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두개의 디자인팀과 한개의 기술팀이 꾸려졌고, 이들은 몇달 동안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고 다녔다. 결론은 역시 ‘슬림화’였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복잡다기한 기능보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슬림 디자인이었다.

제품 개발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했다. 두께는 최대한 얇게, 액정화면은 최대한 크게 한다는 컨셉트였다. 쉽게 부서지는 슬림형의 약점을 극복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디자이너들은 세상을 샅샅이 뒤져 항공모함에 쓰이는 내구성 강한 알루미늄 소재를 찾아냈고, 쇠구슬이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 유리를 액정 창으로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두께 13.6㎜의 ‘레이저’다. 레이저는 출시 2년 만에 5천만대가 판매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버렸다.

올해 출시된 블랙레이저 모토로라 제공
올해 출시된 블랙레이저 모토로라 제공

디자인은 절대 명제=레이저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0~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보통신전시회 ‘커뮤닉아시아 2006’에서도 잘 드러났다. 핑크, 블랙, 골드 등으로 색깔만 달리 했을 뿐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레이저 제품을 전시했는데도 모토로라 전시관은 모여드는 사람들로 붐볐다. 모토로라 매니저 캐롤린 우는 “레이저 인기의 비결은 획기적인 디자인”이라며 “기본 디자인을 유지해 친숙함을 주면서 새로운 컬러와 재질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의 성공은 디자인에 대한 확신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토로라는 2001년 회사 창립 이후 73년 만에 적자를 봤고, 이후 종업원 4만5천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늘렸다. 소비자의 선택은 결국 디자인에 좌우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짐 윅스 디자인 총괄부사장은 “위기였지만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당시 45명이던 디자인 인력이 지금은 29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자부심과 편안함을 제공한다=모토로라 디자인을 한겹 더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3m 룰’이란 것이 있다. 최소 3m 밖에서 제품을 볼 때 모토로라 제품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저는 이 원칙이 처음으로 적용된 제품이다. 짐 윅스 부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커피를 마실 때 휴대전화를 꺼내놓으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떨어진 거리에서도 제품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토로라 디자인팀의 또 다른 특징은 인류학·심리학·심리음향학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돼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편의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것이다.

레이저 덕분에 모토로라는 2000년 11%까지 떨어졌던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을 2004년 13.3%로 끌어올렸다. 2005년의 성과는 더욱 놀랍다. 1년 사이 점유율이 18.6%로 뛰어올랐다. 대량 판매 덕분에 ‘규모의 경제’도 가능해졌다. 출시 당시 50만원을 넘었던 가격이 2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디자인 혁신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가격 파괴까지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삼성·엘지 기술은 좋지만…”
디자인 못따라와…다양한 소비자 의견 수렴해야

레이저 후속모델 페블 모토로라 제공
레이저 후속모델 페블 모토로라 제공

“캐딜락처럼 낡은 이미지를 쿨(cool)한 이미지로 바꿨죠.”

모토로라의 디자인 투어를 지휘하고 있는 짐 윅스 글로벌 디자인그룹 총괄부사장은 지난달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보통신전시회 ‘커뮤닉아시아 2006’에서 레이저 탄생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레이저, 슬리버, 페블 등 최근 출시된 모토로라 휴대전화 디자인의 총책임자다.

윅스 부사장은 “5년 전 부임할 때만 해도 모토로라는 ‘엄마’처럼 편안하지만 구식 이미지였다”며 “레이저 이후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저의 디자인이 회사 이미지까지 바꿨다고 설명했다. 낡은 캐딜락의 이미지였던 모토로라를 디자인 하나로 완전히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는 디자인이야말로 첫번째의 제품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많은 기술 혁신을 해왔지만 결국 시장에서 선택을 받는 것은 디자인”이라며 “소비자들은 디자인에 따라 선택하고, 구입한 뒤에는 편의성에 만족감을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삼성, 엘지의 경우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술적인 노력만큼 디자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사 차원에서 중앙집중식으로 진행되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방식을 꼬집었다. 그는 “모토로라의 경우 미국 시카고를 비롯해 한국, 중국, 영국 등 전 세계 7개 디자인 센터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디자인 센터가 한곳에 집중돼 있으면 글로벌 제품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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