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일 내놓은 2018년 정기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의 복귀와 사업지원티에프(TF) 신설이다. 정 사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른 미전실 임원들과 함께 사퇴한 지 8개월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 동문인 것은 물론 미전실 경영지원팀장과 인사지원팀장을 지내는 등 이 부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정 사장 복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복귀가 ‘미전실의 부활’로 비칠 수 있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실형 선고 뒤 2심이 진행 중이고, ‘쇄신책’의 하나인 미전실 해체를 부정할 조처를 삼성이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정 사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3대 부문장 인사와 사장단 인사안이 옥중에 있는 이 부회장에게 보고된 점을 감안하면, 정 사장 복귀도 이 부회장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내년 3월부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을 이상훈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및 전자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새 의장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출신으로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정 사장의 복귀를 미전실 부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옛 미전실이 그룹 전체를 총괄한 것과 달리, 신설된 사업지원
티에프는 삼성전자 안에서 전자계열사 간 협의나 시너지를 끌어내는 역할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조직 신설도 삼성전자와 계열사 사장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옛 미전실 핵심 멤버를 다시 불러들여, 계열사 간 컨트롤타워를 맡긴 것은 미전실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뒤 쇄신책의 일환으로 폐지됐던 전략기획실은 2010년 미전실로 되살아나 막후에서 총수의 뜻을 집행하는 조직이 됐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이번 인사로 베일 속 컨트롤타워가 삼성전자 안에 공식화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미전실 출신들이 지난 2월 발표한 경영쇄신안대로 자율경영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이 50대 중반으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4명이 승진했다. 진교영, 강인엽, 정은승, 황득규 부사장이다. 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노희찬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맡았다. 삼성전자는 ‘세대교체’와 ‘성과주의’가 이번 인사의 열쇳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DS) 부문장에서 물러난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가전(CS) 부문장과 모바일(IM) 부문장에서 물러난 윤부근, 신종균 사장은 각각 CR(대외업무) 담당 부회장, 인재개발 담당 부회장이 됐다. 권 부회장은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과 나란히 회장직을 맡게 됐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로 이동훈 부사장이 내정됐고, 정유성 사장이 사임한 삼성에스디에스(SDS) 대표는 솔루션사업부문장인 홍원표 사장이 맡게 됐다. 새 삼성벤처투자 사장은 전용배 부사장이 맡는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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