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포스코의 미래 전략과 거듭되는 ’교체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제공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은 그동안 불거져 온 ‘중도 하차설’과 관련해 “정도 경영이 최선책”이라며 회장직을 계속 수행할 의지를 밝혔다. 최근 ‘성과 없는 해외 자원개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국외 리튬 확보 및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포스코를 먹여 살릴 가장 큰 사업”이라며 “계속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창립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기자들을 만나 포스코를 둘러싼 대내외 악조건에 대한 입장과 ‘대표 철강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포스코로의 진화 전략 및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의 대표이사(CEO)가 교체돼 온 역사에 대해 “저희가 자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저희로선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최선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때마다 포함되지 않았던 이유 등으로 불거져 온 ‘교체설’에 거듭 부딪치고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다른 재벌 대기업에 견줘 투명하고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온 점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전자투표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는 5명이 내부이사고 외부이사가 더 많은 구조”라며 “올해는 주주 추천 이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서 주주 추천 몫을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또 “서구의 모범적인 기업에 뒤떨어지지 않는 지배구조이지만, 전자투표제가 아직 도입 안 되긴 했다”며 “큰 어려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처럼 CEO 외에 이사회 구성원이 대체로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것이 더 선진적인 것이라면 (현재 체제와 외부 이사 비중을 더 높이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이상적인지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권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가 5명이고, 사외이사는 6명이다. 올해 처음으로 ‘주주 제안 사외이사’를 1명 추가해 총 7명의 사외이사를 두려 했지만, 해외기관 투자자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와 로테르담투자컨소시엄(Robeco)이 추천했던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 지난 9일 주주총회로부터 나흘을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권 회장은 이날 “철강만 가지고는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며 리튬, 마그네슘 등의 소재 산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최근 권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2016년 좌절된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염호(소금호수) 사업 등을 두고 ‘실패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란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차전지 등의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에 계속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리튬은 앞으로 포스코 먹여 살릴 가장 큰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투자라는 측면에선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라는 것은 실패를 각오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제가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에 여러 번 가며 그쪽 정부나 염호를 가진 사람들과 계약을 추진했지만 틀어진 이유는 중국 업체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라며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데 원가를 따지지 않고 저희가 무조건 돈으로 (사업권을 뺏기는 것을) 막아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이제는 조금 열기가 가라 앉아서 안정 상태로 들어갔다. 앞으로도 계속 (리튬 확보 등을) 시도할 생각”이라며 자동차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이나 삼성SDI와 “계속 만나거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SDI와 칠레에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 말고도 여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아르헨티니나 사업도 가시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권 회장은 “리튬은 지난 6∼7년간은 독자 추출 기술을 갖기 위한 알앤디(R&D·연구개발) 단계였다. 기술개발 측면에선 90% 정도 됐고 사업 측면에선 5%나 10% 정도 됐다. 지금부터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리튬, 마그네슘, 니켈, 코발트 등 4차 산업혁명 산업을 위한 소재를 포스코가 원활하게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1일 창립 50주년 행사인 ‘미래 비전 선포식’을 포항에 있는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열고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에는 연결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그룹 이익의 80%가량이 철강 및 관련 분야에서 생기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철강, 인프라, 신성장 등 3대 핵심 사업군에서의 수익이 4대 4대 2가 되도록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60조원, 영업이익은 4조6218억원이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