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권과 지배구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주의 지지도 분포 등을 고려하면 지난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굳어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미줄’이라고 불리는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2015년 7월 경영권을 두고 벌인 분쟁은 신 회장이 승기를 잡으면서 일단락된 상태다. ‘형제의 난’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고 주주들은 사실상 신 회장을 지지하는 선택을 했다. 2018년 신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당시 안건이었던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과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이 모두 부결된 것이다.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롯데그룹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종업원지주회 등 주요주주들이 신 회장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평가돼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크게 불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적은 점도 신동빈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명예회장이 가지고 있는 이 회사 지분은 0.4%로 알려져 있고, 신 회장은 4%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신 전 부회장 지분과 그가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은 29% 가량이다. 그런데 신 회장에게 우호적인 임직원 및 관계사 쪽의 지분이 50% 가량 된다. 이들 입장이 반대로 선회하지 않는 이상 신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주주총회를 통해 6차례나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출하는 등 경영권 탈환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어 불씨는 남아 있다.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롯데그룹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드러난 바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주 회사를 출범시킨 롯데는 ‘중간지주회사’인 호텔롯데 등을 롯데지주로 편입시키는 후속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두고는 국내 증시 상장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계 법인이 99%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독립적인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되고 롯데가 일본 회사라는 이미지도 불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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