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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코로나발 신용하락 예고…기업 돈줄이 묶인다

등록 2020-03-16 05:00수정 2020-03-16 10:45

신평사들, 대한항공 등급 전망
일제히 ‘안정적→부정적’ 변경
“단기간에 수요 정상화 어려워”

유통·외식 등 하향 ‘도미노’ 우려
구조조정·유동성 위기 닥칠듯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카나리아새가 울기 시작했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과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잇달아 예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부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신용 위험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조처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추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막히거나 이전보다 좀 더 많은 이자 등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터라 자칫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코로나19발 연쇄 기업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표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대한항공에 대한 수시평가를 통해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대한항공이 발행한 회사채에 부여한 신용등급 BBB+는 유지했으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이 기관은 불과 두 달 전인 1월20일 한 평가에선 기존 등급과 전망을 모두 유지한 바 있다. 하루 뒤인 지난 13일에는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도 대한항공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오는 4월 정기 평가가 예고돼 있는 터라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이상 등급 강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2017년 12월 이후 2년 남짓 동안 꾸준히 BBB+(안정적)를 유지해왔다. 한신평 쪽은 “단기간에 항공 수요와 수익성이 정상화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회사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두 신평사는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대해서도 각각 지난 12일과 13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한진 등 계열사의 신용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것을 두 기관은 등급 전망 조정 사유로 들었다.

신용평가기관이 대한항공에 먼저 주목한 이유는 항공업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국 제한, 여행 수요 감소 등으로 국제선 여객은 운항 편수와 여객 수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전날인 1월30일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 편수는 1101편, 김포국제공항은 54편이었지만,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12일 인천공항 국제선 편수는 293편으로 73% 줄었고 김포공항은 ‘0편’에 그쳤다. 대한항공 쪽은 “전체 124개 노선 중 89개 노선을 운휴했고 운항 중인 노선도 감편하고 있다. 145대 여객기 중 100대 이상이 서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내부 사정에 밝은 산업은행의 전 고위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규모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 증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신평사들의 눈은 항공업을 넘어 유통업계 등으로 향하고 있다. 한신평의 지난달 ‘코로나19 사태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항공운송, 호텔·면세에 이어 유통, 영화관 및 외식, 정유, 석유화학 등의 업황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적인 등급 조정이 이들 업종에 집중 포진돼 있다는 뜻이다. 모두 다중이용시설 기피 또는 중국 내 수요 위축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들이다.

이미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곳인 무디스는 지난달 21일 국내 대형 유통사인 이마트에 대해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투기 등급인 ‘Ba1’을 부여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터라 추가적인 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같은 날 롯데쇼핑은 등급(Baa3)을 유지하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12일 “신용등급 유지 여력이 약한 한국 기업의 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신평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현재진행형이라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거나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나 업종 중심으로 신용 이슈(등급 하향 조정 등)가 불거질 소지가 높다. 일부 기업 중심으로 자금 조달 애로를 겪으면서 자금 시장 전반으로 위험이 전이되는지를 당국이 집중 모니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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