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김유상 경영본부장, 근로자 대표 등이 지난 29일 오후 강서구 본사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본부장이 대독한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이 사실상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포기 선언을 한 가운데, 이 의원의 형 이경일씨에게 권리가 있는 지분도 사실상 이 의원의 ‘차명 지분’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30일 이스타항공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스타항공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스타홀딩스(39.6%)와 비디인터내셔널(7.49%) 2곳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알려진 대로 이 의원의 자녀(이원준, 이수지)가 100% 소유하고 있다. 지난 29일 이 의원 쪽이 내놓기로 한 지분이 바로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이다.
2대 주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는 이 의원의 형인 이경일씨이다. 다만 이 지분은 헌납 대상이 아니라고 이상직 의원 쪽은 밝힌 바 있다. 제주항공과의 매매 계약이 완료가 되면 이경일씨는 80억원 상당의 매각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비디인터내셔널의 보유 지분이 이 의원의 차명 주식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경일씨는 본인이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인지도, 현재 이 회사가 이스타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9일 <제이티비시>(JTBC)가 이씨와 한 통화 내용을 보면, 그는 ‘비디의 대표가 아니냐’는 질문엔 “오래돼가지고 지금 어떻게 돼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워야 하는데 안 지우고 있는 것 같다”, 이스타항공 지분 참여와 관련해선 “관여를 않다 보니 전혀 모르겠다, 지금 아는 게 없다”라고 답했다.
차명 의심 정황은 또 있다. 비디인터내셔널의 등기를 보면, 본점 주소지는 현재 이스타항공의 방화동 본사이다. 2002년 회사를 만들 당시 대표는 이상직 의원이었으나 2012년 5월 이경일씨로 바뀌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이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점을 염두에 두면,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이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직후 회사 소유권을 형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재산신고가 누락돼 허위사실공표에 해당되면 공직선거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다만 이 의원의 대리인은 <한겨레>에 “차명 주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통해 해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제주항공 매각 작업은 더욱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의 소유권 자체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 쪽의 전격적인 지분 헌납 발표부터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며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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