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인수 무산에 대비해 별도의 대응 팀을 은밀히 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거래를 종결하자”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인수를 압박하는 동시에 거래 무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플랜 비’(B)를 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인수 무산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팀 계획안을 짜고 내달 운영을 목표로 팀에 합류할 직원들에게 개별 통보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현산 쪽 인수단도 나와있는 상황에서 ‘대외비’ 로 알음알음 소수의 직원들만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의 티에프팀 구성 추진과 관련해 “금시초문이다.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수 무산에 대비하는 티에프팀을 꾸리는 것은 추후 현산 쪽에서 문제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현산에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거래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금호산업은 현산에 “한 달 안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현산이 채권단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뒤 구체적인 요구사항 등도 내놓지 않는 데다, 지난 3일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심사마저 끝났지만 “아직 선행조건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딜 완료를 미뤄 ‘시간 끌기’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현산 쪽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 및 보장 등이 모두 이행됐다는 등의 다른 선행조건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식적으로 인수 무산 티에프팀 구성 추진에 대해 부인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수단과 회사에서 워크숍과 세미나도 함께 하고 있는데, 피인수기업이 별도로 티에프팀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며 “인수 무산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실무 의견은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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