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으로 내세우는 큐엘이디(QLED) 티브이(TV)의 평균판매단가(ASP)가 1년 새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시장에서 보급폰 등 중·저가 전략을 편 것과 마찬가지로, 티브이 시장에서도 중국의 저가 공세를 견제하며 점유율 1위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런 전략이 ‘큐엘이디=삼성전자=프리미엄’ 공식을 깨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더 값싼 TV 더 많이 팔아
지난 1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가 내놓은 2020년 상반기 글로벌 티브이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큐엘이디 티브이 1대당 평균판매단가는 지난해 2분기 2110달러(약 245만원)에서 올해 2분기 1515달러(약 180만원)로 1년 새 50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중·저가인 1500달러 이하 제품 출하량 점유율도 급속히 늘고 있다. 1500달러 이하 중·저가 제품 비중은 2018년 1분기 4.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분기엔 45%, 올해 2분기엔 67.8%까지 뛰어올랐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세계 티브이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31.3%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매출과 출하량, 평균판매단가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의 ‘저가 전략’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 큐엘이디 티브이는 매출 23억달러에 출하량 109만대, 평균판매단가는 2110달러였다. 그러나 올해 2분기에는 매출은 21억달러로 줄었으나 출하량은 140만대로 오히려 늘었다. 더 값싼 티브이를 더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중·저가형을 늘려 점유율을 지키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모바일 시장 전략과 닮은 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갤럭시에스(S)10 라이트, 갤럭시 노트10 라이트 등 중급·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중·저가폰 경쟁에 나서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에도 삼성전자는 갤럭시 에이(A)71, 에이(A)51 등 중·저가 5세대(5G) 모델 2종을 내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투 트랙 전략으로 2020년 하반기 아이티(IT)·모바일(IM) 부문의 수익성 개선,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예상한다”며 “갤럭시에이(A) 시리즈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중국 업체, 가파른 추격세
삼성전자가 이런 전략을 편 배경엔 저가 공략이 거센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리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중국 티시엘(TCL)은 티브이 출하량 세계 점유율 12.7%를 기록해 엘지(LG)전자(9.8%)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로 인해 ‘큐엘이디=삼성=프리미엄’ 공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액정표시장치(LCD·엘시디)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붙인 제품을 ‘큐엘이디’로 이름 붙여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중국 저가 엘시디 티브이 공세를 견제하기 위해 하위 저가 라인업을 앞세우는 전략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삼성 큐엘이디 티브이의 프리미엄 전략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적별 큐엘이디 티브이 출하량 점유율은 2018년 4분기 한국(삼성전자)이 97.8%를 차지했지만, 같은 기간 1.9%에 불과하던 중국이 올해 2분기에는 10.3%를 차지하는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중이다. 이들 경쟁업체들도 ‘큐엘이디’라는 이름을 따라 한 저가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다.
삼성은 저가 전략과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건 아니다. 75형 이상 초대형 시장과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 요구에 적극 대응해 다양한 인치대로 큐엘이디 라인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점유율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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