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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의 압력이 초래한 광주 해체 사고…“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공사”

등록 2021-08-09 11:55수정 2021-08-10 02:15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광주 학동 붕괴사고 조사 결과 발표
이영욱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김흥진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6월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욱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김흥진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6월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해체공사 붕괴 사고는 해체에 동원된 압쇄기까지 하중으로 작용하는 등 ‘5중 하중’에 의해 건물 기둥과 엘리베이터 벽체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실한 해체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이를 묵인한 원도급사 현대산업개발의 업무태만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9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같은 내용의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당시 붕괴 건물에는 건물 자체의 하중, 10.2m 높이의 과도한 성토에 의한 연직하중, 엘리베이터 벽체에 작용하는 수평하중, 압쇄기의 충돌에 의해 작용하는 충격하중, 토사이동에 의한 충격하중 등 ‘5중 하중’이 작용했다. 건물 구조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성토량에 의해 1층 바닥판이 무너지자, 상층부에 있던 토사가 건물의 도로변 방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기둥과 엘리베이터 벽체를 파괴시켜 붕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체 장비인 압쇄기의 충격하중까지 작용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영욱 위원장(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6층 이상 건물을 해체할 때는 장비가 건물에 하중으로 작용하지 않고 또한 토사가 건물에 측압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공법이 원칙적으로 맞는다”며 “(광주 해체공사는)건물의 내부를 파고들어가면서 지하층의 구조보강 작업을 안 했던 점, 건물을 해체할 때 아래층부터 해체하고 올라간 점, 성토의 하중이 측면 뿐만 아니라 부지에 수직으로 작용한 점 등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광주경찰청 중간 수사 결과에서도 수평하중(횡하중)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으나, 사조위 조사에서는 복합적으로 작용한 하중의 종류를 규명하고, 이로 인해 건물 기둥과 엘리베이터 벽체가 무너진 것이 붕괴의 직접적 단초가 됐다는 점을 밝혔다.

건물에 미치는 하중을 고려한 성토량과 구조보강 작업, 해체 장비의 이격 거리 등을 감안해 엔지니어링 기술자들과 함께 전문적으로 작성됐어야 하는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점도 재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해체계획서 자체가 너무나 부실하게 작성되어 공사하는 하도급 업체나 재하도급 업자가 그 계획서에 따라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은 여러 관련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불법 철거 사실을 목격했으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방조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아무개씨를 구속한 바 있다.

사조위는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업무태만’과 더불어 불법 재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발되는 저가 공사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단위면적 3.3㎡당 공사비는 원도급사(28만원)-하도급사(10만원)-재하도급사(4만원)를 거치면서 7분의 1로 쪼그라 들었다.

사조위는 △해체계획서 작성 시 해체 단계별 구조안전검토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 △원도급사의 해체공사에 대한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벌칙 규정 강화 등을 재발방지 대책으로 주문했다. 사조위 최종보고서는 3주 뒤 국토부 누리집에 공개된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사조위에서 규명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티에프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 방안을 마련했고 이같은 참사가 더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방지 티에프가 마련한 해체공사 안전 강화 방안은 10일 당정협의를 거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발표할 예정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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