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지지율 줄곧 상승
미 민주당 계속 ‘복귀’ 점쳐
미 민주당 계속 ‘복귀’ 점쳐
[뉴스인물] ‘대선 재수’ 입뗀 고어
“앨 고어(58)는 2008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까.”
지난 6월 워싱턴에서 민주당의 어느 선거 컨설턴트를 만났을 때 던진 질문이다. 그는 “민주당에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힐러리 클린턴으론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답했다. 왜 힐러리로는 어렵냐고 재차 묻자, 그는 미국 선거제도의 특수함을 들었다.
미국은 각 주의 승자가 그 주에 걸린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간선 선거인단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선 결과는 사실상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중도적인 10여개 주에서 결판이 날 수밖에 없다. “여성인 힐러리가 전국적인 인기는 있지만, 이들 중도 성향의 주에서 공화당 후보를 이기긴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이 고어의 복귀를 계속 점치는 이유다.
2000년 대선 때 전국 득표에선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백악관을 놓친 고어 전 부통령이 10일 대선 재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처음으로 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의 오스트레일리아 상영을 앞두고 시드니를 방문해,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미래 대선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 대통령만큼 지구온난화 문제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는 없다”고도 했다. “대선 재출마엔 관심이 없다”고 했던 이제까지 말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혀온 고어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존 케리 상원의원 등 다른 경쟁자들은 고어에 뒤처지고 있다.
최근 〈폭스뉴스〉가 9·11 5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도 고어에겐 힘이 된다. ‘2000년 대선에서 고어가 대통령이 됐다면 9·11 대처가 어떠했겠느냐’란 질문에 34%가 ‘더 나았을 것’이라고 답해, ‘더 못했을 것’(33%)이란 답변을 앞섰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국가안보 문제에서 고어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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