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7일 워싱턴 아이젠하워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자료사진.
조지 부시 대통령이 7일 이라크 연구그룹의 보고서를 전달받은 지 하룻만에 미군 철군 및 이란·시리아와 대화 등 핵심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 “매우 건설적” “진지한 연구의 가치” 등을 언급했으나 “고려할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주요 제안 중 하나인 2008년 초까지 전투병력 철수 문제에 대해선 “좀더 유연하고 현실주의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며 “현지 병력 수준의 어떠한 변경도 지휘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연구그룹이 아닌 군의 건의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또 이란·시리아와 직접대화 제안에 대해서도 두 나라가 각각 농축우라늄 계획 포기, 레바논·이라크 무장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과 같은 전제조건을 수용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날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142쪽의 보고서가 단 세 차례 언급한 ‘승리’란 단어에 계속 집착하면서 이라크 상황을 통제할 군사적 옵션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라크 정책 실패의 결과가 미국의 다음 세대에 끼칠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장황하게 설명했다. ‘이라크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영국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이라크 상황 안 좋아요. 됐어요?”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블레어 총리와 대조적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이라크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강력한 방향을 보여준 보고서를 환영한다”며 조만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중동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구그룹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도 보고서의 모든 제안이 수용될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커 전 장관과 해밀턴 전 의원은 이날 상원 군사위를 방문해 부시 대통령이 보고서의 제안들을 전면 수용하도록 의회가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베이커 전 장관은 “‘이건 좋고, 저건 싫어’ 하며 보고서가 과일칵테일처럼 취급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초당적 무게를 갖는 이 보고서는 중동지역의 다른 문제들까지도 해결하는 포괄적 전략을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10여일 안에 국방부와 국무부, 국가안보회의의 검토 보고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며, 이를 기초로 연말 이전에 이라크 정책에 대한 자신의 결심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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