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출간하는 <화염과 분노: 트럼프의 백악관 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등 200건 이상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측근들이 대선 당시 러시아 쪽 인사들을 접촉한 것을 두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반역적”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에 대해 격한 반응을 내놨다. <비비시>(BBC)는 출간 전 흘러나온 책 내용에 10가지 민감한 폭로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1. 배넌은 러시아 인사들과의 회동을 “반역적”이라고 했다
배넌은 2016년 6월 트럼프 주니어가 뉴욕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흠집낼 수 있는 정보를 지녔다는 러시아인들을 만난 것에 대해 “반역적”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선거 캠프의 세 고위 인사는 트럼프타워 25층의 회의실에서 변호사도 대동하지 않은 채 외국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것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이게 반역적이라거나 비애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난 꼭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회동을 알았다면) 즉각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2. 트럼프는 자신의 승리에 당황했다
“선거 당일 오후 8시가 좀 지나서 승리가 확실시되자,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아버지가 마치 유령이라도 쳐다보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친구한테 말했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는 눈물을 흘렸는데 기뻐서 그러는 게 아니었다. 1시간 남짓 배넌이 관찰한 것은, 당황해하는 트럼프가 사실을 믿지 못한는 트럼프, 충격을 받은 트럼프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트럼프는 갑자기 자신이 당연히 승리해야 할 사람이며, 미국 대통령 자격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믿기 시작했다.”
3. 트럼프는 취임식에 화가 났다
“트럼프는 취임식을 즐기지 않았다. 그는 A급 스타들이 취임식을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났고, (백악관의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묵는 것에 언짢아했다. 또 눈물을 쏟기 직전인 그의 아내와 싸웠다. 하루 종일 화가 나 있었고 실망해 있었다. 어깨는 구부정했고, 팔은 흔들렸으며, 이마는 찌푸리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4. 트럼프는 백악관을 무섭게 생각했다
“트럼프는 사실 백악관을 짜증 나고, 어느 정도 무서운 곳이라고 여겼다. 취임 초기에 이미 텔레비전 한 대가 침실에 있는데 텔레비전 스크린 두 대를 더 설치하고 문에 자물쇠도 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대통령 침실에 접근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호실 쪽과 대치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5. 이방카의 꿈은 대통령이다.
“재러드(트럼프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는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백악관) 웨스트 윙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들이 함께 내린 결정이며, 어떤 면에서는 공동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둘 사이에는 진지한 합의가 있다. 장래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방카가 대선에 나간다는 것이다. 이방카는 첫 여성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자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자방카’(재러드 + 이방카)라는 말을 만들어내 백악관에서 널리 쓰이게 만든 배넌은 이 부부의 합의 내용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6. 이방카는 아버지의 머리 스타일을 비웃었다
“이방카는 아버지한테 거리를 둬 왔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아버지의 머리 스타일을 비웃기도 했다. 친구들한테 측면의 머리카락을 돌려 위로 올리는 아버지의 헤어 스타일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두피 축소 시술로 머리카락이 없는 정수리 부분을 가리려고 옆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뒤로 넘기고 스프레이로 굳힌다는 것이다. 이방카는 아버지가 오래 놔둘수록 색이 더 짙어지는 염색 제품 ‘저스트 포 멘’을 쓴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조바심이 오렌지 빛을 띠는 금발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7. 백악관은 우선순위가 뭔지도 정하지 못했다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이었던) 케이티 월시는 ‘대통령이 집중하고 싶은 세 가지가 뭔지 말해달라’고 했다. ‘백악관의 세 가지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는 모든 자격을 갖춘 대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백악관 주소)에 입주하기 전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 임기가 6주가 지났는데도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쿠슈너는 답을 전혀 주지 못했다. 쿠슈너는 ‘네, 아마 우리는 (그 점에 대해) 대화해야 할 것 같네요’라고 월시에게 말했다.
8. 트럼프는 머독을 존경한다
“트럼프는 루퍼트 머독에 대해 ‘그는 가장 위대한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최후의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을 사기꾼이나 바보라며 경멸한 미디어 거물에게 여전히 아첨하려고 했다.”
9. 머독은 트럼프를 바보라고 했다.
“트럼프는 머독에게 전화해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은 자신의 도움을 바란다고 했다. 오바마는 너무 많은 규제를 하면서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머독은 ‘도널드, 지난 8년간 그 사람들은 오바마를 손아귀에 쥐고 있었소. 사실상 그들이 행정부를 운영했소. 당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머독은 ‘그들은 정말로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비자가 필요하오’라고 말해줬다. 머독은 엄선된 이민자들에게 미국의 문을 열어주는 H-1B 비자에 대한 리버럴한 접근은 장벽을 세우고 국경을 닫는다는 트럼프의 공약과는 조화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으며 ‘우리가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독은 전화를 끊으며 ‘진짜 바보네’라고 말했다.”
10. 플린은 러시아 쪽과의 관계가 문제될 줄 알았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은 모스크바 쪽에서 강연료를 받는 게 뒤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대선 전 플린의 친구들은 연설 한 번 하고 러시아인들에게 4만5천달러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해줬다. 하지만 플린은 ‘우리가 (대선에서) 이겨야 문제가 될 것’이라며 친구들을 안심시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