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와후 추장’ 로고가 전시된 구단의 기념품 매장. 사진 어소시에이티드 프레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내년부터 악명 높은 ‘와후 추장’의 로고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사무국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로고가 경기장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2019년 시즌부터 사용하지 않기로
구단 쪽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사회 일각에선 오랫동안 ‘와후 추장’의 로고가 인디언 원주민 등 특정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모욕적이며, 시대와 어울리지 않고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이 팀의
팬들 가운데 다수는 팀 로고를 소중한 휘장으로 여겨 두둔해봤다. 와후 추장의 로고는 붉은 피부와 머리에 꽂은 깃발 등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형상화해 특정 인종을 과거의 유산에 한정해 특징지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보도를 보면, 미국의 대학 스포츠팀 대부분은 이미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구단의 별명이나 휘장을 인종 중립적인 형태로 바꿨다. 대학 농구팀인 ‘시에나 인디언스’와 ‘다트머스 인디언스’가 각각 ‘시에나 세인츠’(1988)와, ‘다트머스
빅 그린’(1974)으로 그 이름을 바꿨다.
프로 스포츠팀 중에서도 아직 휘장과 이름을 바꾸지 않은 곳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 연맹(NFL) 소속의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유일하다. 레드스킨스는 ‘붉은 피부’라는 인디언을 특정한 별명과 함께 아메리카 원주민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와후 추장의 로고가 지난 수십 년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으며 유니폼에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수많은 단체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별명과 휘장을 바꿀 것으로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나 2014년 취임한 메이저리그 야구의 총재인 롭 맨프레드는 클리블랜드 구단주인 폴 돌런을 직접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맨프레드는 이날 이러한 결정을 전하며 “인디언스의 구단 쪽은 해당 로고가
더는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에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제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2019년 시즌부터 이 로고를 없애는 게 옳은 방향임을 승인한
돌런 씨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차별 철폐를 위한 시민 단체 ‘아메리칸 인디언 운동’(American Indian Movement) 쪽은 <뉴욕타임스>에 “옳은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면서도 “이건 이름을 없애기 전에 하는 실험에 불과하다. 팀의 이름도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위터에서는 아직 이름도 로고도 바꾸지 않은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많은 사용자들이 ‘너네 팀이 다음’이라는 멘션을 보내고 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