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0명 중 7명이 총기 규제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시엔엔>(CNN) 기사. 사진출처: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미국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참사 이후 미국인 10명 중 7명이 강력한 총기 규제를 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5년 만의 최고치인데, 미국 사회에서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네버어게인’ 캠페인이 성폭력 고발 ‘#미투’ 처럼 번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이 지난주 여론조사업체 ‘에스에스아르에스’(SSRS)에 의뢰해 성인 101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더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더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52%로, 단순 “지지한다”(18%)보다 훨씬 높았다. 더 강력한 총기 규제법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역대 <시엔엔> 여론조사에서 총기 규제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건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를 의무화한 ‘브래디법’이 제정된 2013년인데, 그 비율이 37%에 지나지 않았다.
해마다 3만3000여명이 총기에 의해 숨져도 끄떡없던 여론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건 지난 14일 17명이 숨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참사의 생존 학생들이다. 이들은 집회와 행진, 소셜미디어(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총기 규제 캠페인을 벌이며 어른들을 ‘각성’시키고 있다.
<시엔엔>은 ‘미총기협회(NRA)의 악몽이 여기 있다’는 기사를 통해 #네버어게인 캠페인이 “성폭력과 관련한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낸 #미투 운동 초반 같다”고 분석했다. 총기 폭력의 최전선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고교생들이 이제 다른 미국 젊은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총기 규제 최전선에서 사회 분위기를 바꿔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21일 <시엔엔> 공개토론은 ‘문화적 변화’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플로리다주 생존 학생 캐머런 캐스키가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루비오 상원의원, 앞으로 총기협회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나요?” 방청석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루비오 의원은 즉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라이플 구매 연령 제한을 18살에서 21살로 올리는 데 동의했다.
생존 학생 등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총기협회 제휴 기업에 ‘보이콧’을 압박하면서, 총기와 관련한 기업 문화도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델타와 유나이티드 항공은 총기협회 회원 할인 혜택을 중단하기로 했다.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 은행, 렌터카 업체인 엔터프라이즈 홀딩스와 허츠·에이비스·버짓, 보험회사 메트라이프 등도 총기협회와의 제휴 관계를 청산하기로 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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