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헬리콥터 한 대가 한 무리의 새들과 함께 석양이 지는 그린존(특별경비구역) 위를 날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
과격 민병대 6만명 통제불능
미 엔비시 방송 ‘내전’ 규정
부시 등 중동에 잇단 협조요청
미 엔비시 방송 ‘내전’ 규정
부시 등 중동에 잇단 협조요청
이라크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이라크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변국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등 사태 악화 방지에 나섰다.
“이라크는 내전 상황”=미국의 <엔비시>(NBC)방송은 27일 주요 매체 가운데는 처음으로 이라크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했다. <엔비시>의 결정은 미국 시청자들의 이라크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으면서 미군 철군여론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 내에서 과격 시아파 지도자 모크타다 알사드르의 영향력이 크게 강해지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 민병대는 지난해보다 8배 정도 늘어 4만~6만명에 이른다. 반면, 13만4천명의 이라크군은 그 절반이 붙박이 경비 업무에 투입되고 전투부대는 1만여명에 불과하다. 의회에 30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알사드르의 지원으로 총리에 뽑힌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우방국에 손 내미는 부시=부시 대통령은 29일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국왕, 이라크의 알말리키 총리와 만난다. 지난 주말 딕 체니 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이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30일과 1일 사해 휴양지에서 열리는 ‘중동지역 민주주의와 발전 컨퍼런스’에 참석해 중동 동맹국들의 협력을 요청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부시가 우방국들을 잇달아 접촉하는 데는 사우디와 요르단, 이집트 등 수니파 국가들의 협조를 얻어 알말리키 총리와 알사드르를 이간시키려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들 수니파 국가들은 이라크 문제에 협조하는 대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해왔다. 라이스 장관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것을 검토 중인 것도 이들 국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군도 떠난다=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영국의 데스 브라운 국방장관은 27일 내년 말까지 이라크 주둔 병력을 수천명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군 주둔 병력은 7200여명이다. 또 880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폴란드의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도 27일 늦어도 내년 말까지 철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고,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이번 주 안에 병력 철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상황 악화로 인해 이라크 민주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부시 행정부는 동맹국들도 하나둘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이라크에서 ‘명예롭게’ 탈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지경에 몰리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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