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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과 전화불통…인질 처리 고심하는듯

등록 2007-08-15 19:49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내부방침 정리 안돼 대외창구 닫아” 분석
남은 피랍자 건강 이상소식 아직 안들려
13일 한국인 피랍자 2명의 석방은 이곳에서도 기쁜 소식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나머지 인질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보태는 걸 잊지 않는다. “적어도 여성 인질만은 곧 풀려날 것이다.” “19명에 대한 탈레반의 대응은 낙관할 수 없다. 쉽지 않을 것이다.” 낙관적 견해와 비관적 견해가 엇갈렸다. 갖가지 추측들 속에 공통된 점이 있다면 남아 있는 인질에 대한 걱정이다.

안다르 지역에서 여성 인질 4명을 데리고 있다는 탈레반 대장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한 친구를 통해 다시 그와 접촉을 시도했다. 그의 전화는 불통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전투로 정신이 없었다.” 14일 저녁 간신히 이뤄진 통화에서 그는 통신두절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탈레반들은 이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과 정부군을 기습하는 작은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지역민들은 전했다. 인질의 건강 상태를 묻자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별 문제 없다. 모두 건강하게 잘 있다. 우리도 이들을 빨리 풀어주길 원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상부로부터 명령을 받은 게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들이 2명의 석방에 대해 아는지에 대해선 “전투 때문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었다.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인 피랍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밭에 물을 대기 위해 수로를 이용하는 문제로 탈레반을 찾아갔다”는 한 농부는 “한국인 인질들에 대해 물었더니 ‘자유롭게 잘 지낸다. 손을 묶거나 하지도 않는다. 동네 여자들과 잘 지내고 있다. 건강에도 별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마을 가운데 하나에는 주변에 물을 가두어두는 큰 저수지가 있다. 이곳 농부들은 탈레반의 허락을 받아야 물을 이용할 수 있다. 그는 “그곳의 인질들은 다른 2명이 이미 석방됐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탈레반이 인질들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상 재개에 대한 얘기도 무성하다. 인질 2명을 탈레반에게서 인도받아 적십자사에 넘겨주는 구실을 맡았던 아지즈 자히르 등 가즈니주 원로들은 “15일 재개”를 기대했다. 2명 석방 이후 나머지 인질들의 처리를 놓고 탈레반 내부의 방침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을 비롯해 탈레반의 공식 방침을 전달하던 사람들의 전화가 현재 완전불통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탈레반 관계자들의 전화가 한꺼번에 꺼져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이건 탈레반 내부에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신호다.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거나 아니면 지도부로부터 지시를 기다리고 있거나다.” 가즈니시에서 협상을 취재하고 있는 지역 기자들의 말이다.

내가 아프간에 머무는 목적은 피랍 사건 취재가 아니다. 그래서 본격적 취재를 할 수 없었고, 가즈니에 직접 가지도 못했다. 그저 내 주변에 흘러다니는 수많은 얘기들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해주려고 애썼을 뿐이다. 한국인 피랍이라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데 처마 밑에 앉아 낙수만을 바라보았다고나 할까. 그마저도 이제 할 수 없게 됐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 하룻밤도 다리를 펴고 편히 자본 적이 없는 이 위험한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이 무겁다. 아직 억류돼 있는 한국인 피랍자들 때문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유능한 기자들이 빨리 들어와 이번 사태의 핵심을 파고드는 심층보도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 <끝>

칸다하르/분쟁 전문 취재 프리랜서 피디(FN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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