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뽑아올린 석유는 송유관을 통해 알제 항구까지 수송된 뒤 거대한 유조선에 실려 주로 유럽으로 수출된다. 알제리국영석유회사 제공
고유가 시대 중동의 새바람 ② 알제리-석유와 평화
거리 메운 자동차·집집 위성 안테나…‘오일머니’ 열풍
지중해 1270km 고속도로 건설…항만 프로젝트 20개
북아프리카·유럽·중동 잇는 세계 마지막 ‘전략시장’
알제리의 수도 알제 시내에 봉긋 솟은 디아르사헤다 언덕에 오르면 발 아래로 푸른 지중해가 펼쳐진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아랍풍 거리 카스바가 그 사이에 길게 누워 있다. 항구에 정박한 거대한 유조선들과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 집집마다 달린 위성수신용 접시안테나가 아니었다면, 요즘 이곳에 불어닥친 오일 머니의 열풍을 느끼지 못할 뻔했다.
알제리는 요즘 건국 이래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경제 성장속도가 북아프리카에서 제일 빠른 축에 든다. 2002년과 2003년 연달아 8%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04년엔 6.1%로 다소 떨어졌지만, 지난해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알제에서만 최근 2년 동안 자동차가 20만대나 늘었을 정도로, 사람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알제리 경제에 불을 붙인 것은 거대한 오일 머니의 유입이다. 2004년 1배럴에 19달러던 기름값은 지난해 59달러까지 치솟았다.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가스 포함)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은 것이다. 양질의 알제리산 석유는 유황 성분이 거의 없어 항공기 연료로 인기가 높다. 알제리는 지난해 450억달러어치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 2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알제리의 고민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지난해 12월20일 방문한 공공사업부도 그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페라치 벨카셈 장관 비서실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도로·항만·공항·댐 등 대형 프로젝트 목록을 줄줄이 뀄다. 2009년까지 600억달러를 기반시설 확충에 투자할 작정이란다. 이 모두를 정부 재정에서 충당한다. 그러더니 “돈은 있는데 기술이 없다”고 혀를 찬다.
알제리의 기반시설은 급성하는 경제를 떠받치기엔 터무니없이 열악하다. 1962년 프랑스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시장경제와 거리를 둔 데다, 1990년대 초반 조심스럽게 추진한 개방마저 극심한 테러와 정치적 혼란으로 좌초했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결국 1994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혹독한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알제리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1270㎞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2008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개입찰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아시아에서 44개 건설업체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항만의 경우, 20여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알제, 아나바, 오란, 드젠디젠 등 4개 항구가 전체 물동량의 75%를 소화하는 상황이어서 병목현상이 극심하다.
12월17일 알제리 국영 통신회사인 알제리텔레콤을 찾았다. 다음달 민영화를 앞둔 이 회사는 알제리 통신정책의 전략본부라고 할 수 있다. 유선전화 보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알제리는 인터넷과 이동통신 보급을 통해 이런 통신지체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브라힘 오우라레츠 회장은 “지난해 이동통신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며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충하는 데 2009년까지 2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제리는 흔히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전략적 시장’이라고 한다. 마그레브로 불리는 북아프리카와 유럽, 중동을 잇는 지리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알제리의 호황은 그런 가능성을 실제로 예고한다. 한 외교관은 한때 알제리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IBM’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에 맡기는 “인샬라”(Inshalla), 걸핏하면 일을 내일로 미루는 “부크라”(Boukra), 사정이 나빠져도 무작정 괜찮다고 자위하는 “말레쉬”(Malishe)의 주술이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12월20일 알제 시내에서 교통체증에 갇혔다. 옆을 보니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애초 50만명 규모로 건설된 알제는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주택난이 극심하다. 한 집에 평균 7명이 거주하는 실정이다. 알제에선 집만 있으면 백만장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차를 몰던 카림은 “오일 머니가 알제리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지중해 1270km 고속도로 건설…항만 프로젝트 20개
북아프리카·유럽·중동 잇는 세계 마지막 ‘전략시장’
고유가 시대 중동의 새 바람
알제 시내에서 봉긋 솟은 디아르사헤다 언덕 주변에 늘어선 한 주택단지 옥상에 위성수신용 접시안테나가 빼곡이 모여 있다. 알제/유강문 기자
알제리 위치도
12월17일 알제리 국영 통신회사인 알제리텔레콤을 찾았다. 다음달 민영화를 앞둔 이 회사는 알제리 통신정책의 전략본부라고 할 수 있다. 유선전화 보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알제리는 인터넷과 이동통신 보급을 통해 이런 통신지체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브라힘 오우라레츠 회장은 “지난해 이동통신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며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충하는 데 2009년까지 2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제리는 흔히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전략적 시장’이라고 한다. 마그레브로 불리는 북아프리카와 유럽, 중동을 잇는 지리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알제리의 호황은 그런 가능성을 실제로 예고한다. 한 외교관은 한때 알제리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IBM’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에 맡기는 “인샬라”(Inshalla), 걸핏하면 일을 내일로 미루는 “부크라”(Boukra), 사정이 나빠져도 무작정 괜찮다고 자위하는 “말레쉬”(Malishe)의 주술이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12월20일 알제 시내에서 교통체증에 갇혔다. 옆을 보니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애초 50만명 규모로 건설된 알제는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주택난이 극심하다. 한 집에 평균 7명이 거주하는 실정이다. 알제에선 집만 있으면 백만장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차를 몰던 카림은 “오일 머니가 알제리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알제/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 |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