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한 끈질긴 무력투쟁으로 서방으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목됐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25일 실시된 팔레스타인 총선의 개표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제1당으로서의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전체 132석 가운데 70-75석 이상을 차지했다는 주장이 하마스측에서 나오고있는 가운데, 집권 파타당 관리들도 하마스가 70석 안팎을 차지했다며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는 반수가 넘는 의석이다.
32-42%를 득표해 제2당이 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뒤엎고 정치적 대이변을 몰고온 하마스는 1987년 12월 결성된 이슬람 무장 저항운동단체이다.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점령.통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봉기투쟁인 제1차 인티파다가 시작되면서 이집트에 뿌리를 둔 이슬람 근본주의운동 조직인 `무슬림(이슬람 교도)형제단'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하마스는 `이슬람저항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앞글자를 모은 이름으로, 이슬람 수니파의 원리주의를 따르고 있다.
하마스의 1차 목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이 포함된 요르단강 서안을 수복하는 것이고, 궁극적 목표는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세워진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간 평화협상에 반대하면서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점령지에 건설된 정착촌 거주민에 대한 납치.살해 등 무력공격을 벌여왔다.
이스라엘 민간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잇딴 공격 때문에 미 국무부는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했고, 이스라엘에서는 극우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는 결과를 부르기도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파괴'를 명시한 조직헌장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공존 자체를 거부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의 근거가 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간 오슬로 평화협정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직은 정치-군사로 이원화돼 있는데, 군사조직에 속하는 에제딘 알-카삼 여단이 테러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하마스는 2004년 창설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과 그 후계자인 압델 아지즈 란티시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피살된 뒤 최고 지도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런 대외적 무력투쟁 이미지와는 달리 대내적으로는 사회구호활동을 전개해 학교, 병원, 종교시설을 세우며 기층민의 지지 기반을 넓혀 왔다.
96년 1월 실시된 팔레스타인의 첫 총선은 거부했으나 이번 총선에는 "무능하고 부패한 파타당에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참가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박세진 특파원 quintet@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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