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귀국중 홍해에서…테러는 아닌듯
승객과 승무원 1400여명을 태운 이집트 여객선 ‘알살람 보카치오 98’이 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사이 홍해에서 침몰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잠을 자다 변을 당해 상당수가 희생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헬기와 구조선이 투입돼 100여명의 승객을 구조했다.
사고 여객선은 2일 저녁 7시께 사우디 두바항을 떠나 3일 오전 3시께 이집트 사파가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두바항에서 100㎞ 떨어진 홍해상에서 갑자기 레이다에서 사라졌다. 이집트 선사 알살람해운 관계자는 “그때까지 아무런 구조신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해양당국은 “사고 해역에서 20여 구의 주검을 건져올렸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승객들 대부분은 사우디에서 일을 마치고 귀국하던 이집트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홍해 보안당국 관계자는 “승객 가운데 1310명은 이집트인들로 파악됐다”며 “나머지 100여명은 사우디에서 하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외국인 참배객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객선에는 220여대의 차량도 실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정부는 헬기와 프리깃함 4척을 사고 해역에 급파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구조작업이 침몰 추정시간으로부터 10시간이나 지나 펼쳐져 상당수 승객들이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침몰 당시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테러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여객선이 두바항을 떠난 뒤부터 강풍과 모래폭풍이 불었던 것으로 관측돼 기상 악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고 당시 홍해에는 수에즈 운하를 중심으로 선박들의 통행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 1500명의 사고 여객선은 1970년 이탈리아에서 건조됐으며, 지난해 6월 국제안전관리협약에 따른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한 선박 전문가는 “사고 선박은 설계 측면에서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며 “사소한 요동이 갑작스런 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은 사고 여객선에 한국인은 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회윤 영사는 “사고 여객선의 항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항로”라며 “탑승객 명단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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