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대?]
‘세계의 공장’ 열기 넘어 나라밖 투자 수백억 달러
군사력 불투명…커지는만큼 지구촌 ‘긴장’
‘세계의 공장’ 열기 넘어 나라밖 투자 수백억 달러
군사력 불투명…커지는만큼 지구촌 ‘긴장’
세계 곳곳에서 ‘중국열’과 ‘중국위협론’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값싼 노동력·공산품은 ‘중국열’에 뜨거움을 더하는 반면, 아직도 석연하지 않은 중국의 불투명성은 ‘중국위협론’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어느 쪽의 논리에 서든 중국은 바야흐로 21세기에 가장 뜨거운 쟁점의 중심에 서 있다. 21세기는 과연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인가.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세계로 뻗어가는 중국의 실상’에 대한 접근이 먼저이다.
세계를 누비는 중국인들=“세계의 매체는 거의 매일 중국이 각국과 펼치는 경제협정 체결, 통상협상, 국빈방문과 정상외교 등에 관한 보도를 싣고 있다. 이런 보도를 보면 곧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눈앞에 닥쳐온 듯하다. 서방인들은 과연 ‘중국 특색의 세계’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데이비드 고세(David Gosset) 상하이 중국-유럽국제공상대학 주임은 지난달 20일 <아주시보>에 기고한 ‘중국 특색의 신세계’란 글을 통해 “지금까지 서방 세계는 중국을 (관광코스에 지나지 않는) ‘박물관’ 취급을 하거나 (서방이 한 수 가르쳐야 할) ‘교실’로만 보아왔다”며 “오늘날 중국의 활력은 서방의 시각 교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에만 만족하지 않는 듯하다. 하이얼·티시엘·롄상 등 중국의 대표 기업들이 유럽·미주에 생산기지를 세워 중국산 백색가전을 세계 구석구석에 배달해온 건 이미 옛날 뉴스에 속한다. 지난 2004년 말까지 중국은 160개 국가에 450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중국은 도로·항만·공장·빌딩 등 사회간접자본과 대형 건축 프로젝트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건설업체들은 캄보디아에서 수력발전소를 짓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대형 시멘트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몽골에선 고속도로를 닦고 있다. 핵 위기로 긴장감이 감도는 이란 테헤란에선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을 뚫고 있고, 러시아에선 완공될 경우 유럽 최고의 마천루로 등극할 340m 높이의 모스크바 연방빌딩을 짓고 있다. 시속 250㎞의 고속전철이 달릴 터키 앙카라~이스탄불 구간의 고속철도 제2기 철로를 놓고 있는 것도 중국 건설 노동자들이다. 지난달에는 62억5천만달러짜리의 알제리 동서 횡단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따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중국이 해외 건설에서 벌어들인 돈은 완공 기준 217억6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24.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계약액은 전년 대비 24.2% 증가한 296억달러로 이런 성장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해까지 중국이 해외 건설에서 벌어들인 돈은 완공 기준으로 1357억9천만달러에 이르며, 계약 기준으로는 1859억1천만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문화·교육·관광 등 영역까지 미치고 있다. 세계의 중국어 학습 인구는 300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 교육부는 영국문화협회, 독일 괴테하우스 등을 본뜬 ‘공자학원’을 아시아와 유럽·미주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침투시키고 있다. 2004~2005년 중국은 해외에 11만5000명의 유학생을 파견했다. 이 가운데 미국 유학생만 6만2000명에 이른다. 세계의 국제공항은 중국인 여행객으로 넘쳐나, 세계관광기구는 2020년 1억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도엔 없지만 중국엔 있는 건 ‘위협’ ‘영광의 고립’인가 ‘자초한 고립’인가=중국의 팽창은 서방과 아시아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와 일본 방위청이 펴낸 ‘동아시아 전략 안보 보고서’는 모두 중국을 “잠재적 불안정 요인을 지닌 국가”로 꼽고 있다. 핑커푸 캐나다 <칸와군사평론> 편집장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요 매체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위협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아주주간> 4월16일자). 군사평론가인 핑커푸는 “중국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군사력 증강을 계속함에 따라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의 국제 안보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관방 사회과학자들은 오늘날 서방세계의 ‘중국위협론’이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는 중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왕샤오둥·팡닝·쑹창 등 적지 않은 ‘중화주의’ 논객들은 중국이 ‘흥기’하는 과정에서 서방과 잘 맞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으며, 이는 영국이나 미국이 흥기할 때 맞이한 ‘영광의 고립’(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표현)과 같은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핑커푸는 “중국과 똑같이 경제 군사적으로 흥기하는 인도는 중국만큼 방대한 인구에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인도위협론’이 등장한 적이 없다”며 중국이 이른바 ‘중국위협론’의 포화를 맞으며 견디고 있는 ‘영광의 고립’이란 “서방과 다른 중국의 사회제도와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인도·러시아·일본 등은 신세대 전투기, 군함 연구 개발, 부대 배치 상황, 무기의 가격과 생산 총량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기계화·정보화 시대에 진정한 기밀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전술의 운용’이지 이런 군 장비 하드웨어는 기밀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중국만은 이 모든 것들이 다 군사 기밀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핑커푸는 심지어 파키스탄보다도 중국이 더 불투명하다고 평가한다. ‘중국위협론’을 씻어내기 위해 중국이 해야 할 일은 ‘평화발전’을 강변하는 대신 투명성을 증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초강대국? 성장만으로는… 중국 대안인가 위협인가=지난해 7월 러시아를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1세기 국제질서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특정 국가가 국제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데 반대하고 △다른 나라에 사회발전 방식을 강요하는 데 반대하며 △나라마다 다양한 발전 양식을 추구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게 뼈대였다. 후-푸틴 공동성명에 ‘미국’이란 낱말은 한번도 안 비쳤지만 주요 내용은 결국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찬성하지 않으며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화 모델’ 이외에도 발전 모델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 공동성명은 러시아와 중국 등 두 대국이 손잡고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미국을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발전 모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는 최근 블로그 ‘보쉰’에 발표한 글을 통해 “중국은 수단, 시리아, 쿠바, 짐바브웨 등 국제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독재정권과, 이슬람 원리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란 등과 무차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독재 정권인 중국은 세계의 민주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연구 보고는 중국의 ‘현대화’ 계획이 210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 총량이 커진다고 해서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는 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페이민신 카네기 국제평화기금회 연구원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의 개혁은 최종 목표가 없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맹목적인 경제총량 불리기에 지나지 않을 때 “유례없이 곤란한 상황에서 정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경제 성장’만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과연 경제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21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들 수 있을까.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인도엔 없지만 중국엔 있는 건 ‘위협’ ‘영광의 고립’인가 ‘자초한 고립’인가=중국의 팽창은 서방과 아시아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와 일본 방위청이 펴낸 ‘동아시아 전략 안보 보고서’는 모두 중국을 “잠재적 불안정 요인을 지닌 국가”로 꼽고 있다. 핑커푸 캐나다 <칸와군사평론> 편집장에 따르면 러시아의 주요 매체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위협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아주주간> 4월16일자). 군사평론가인 핑커푸는 “중국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군사력 증강을 계속함에 따라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의 국제 안보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관방 사회과학자들은 오늘날 서방세계의 ‘중국위협론’이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는 중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왕샤오둥·팡닝·쑹창 등 적지 않은 ‘중화주의’ 논객들은 중국이 ‘흥기’하는 과정에서 서방과 잘 맞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으며, 이는 영국이나 미국이 흥기할 때 맞이한 ‘영광의 고립’(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표현)과 같은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핑커푸는 “중국과 똑같이 경제 군사적으로 흥기하는 인도는 중국만큼 방대한 인구에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인도위협론’이 등장한 적이 없다”며 중국이 이른바 ‘중국위협론’의 포화를 맞으며 견디고 있는 ‘영광의 고립’이란 “서방과 다른 중국의 사회제도와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인도·러시아·일본 등은 신세대 전투기, 군함 연구 개발, 부대 배치 상황, 무기의 가격과 생산 총량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기계화·정보화 시대에 진정한 기밀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전술의 운용’이지 이런 군 장비 하드웨어는 기밀 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중국만은 이 모든 것들이 다 군사 기밀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핑커푸는 심지어 파키스탄보다도 중국이 더 불투명하다고 평가한다. ‘중국위협론’을 씻어내기 위해 중국이 해야 할 일은 ‘평화발전’을 강변하는 대신 투명성을 증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초강대국? 성장만으로는… 중국 대안인가 위협인가=지난해 7월 러시아를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1세기 국제질서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특정 국가가 국제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데 반대하고 △다른 나라에 사회발전 방식을 강요하는 데 반대하며 △나라마다 다양한 발전 양식을 추구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게 뼈대였다. 후-푸틴 공동성명에 ‘미국’이란 낱말은 한번도 안 비쳤지만 주요 내용은 결국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찬성하지 않으며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화 모델’ 이외에도 발전 모델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 공동성명은 러시아와 중국 등 두 대국이 손잡고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미국을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발전 모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는 최근 블로그 ‘보쉰’에 발표한 글을 통해 “중국은 수단, 시리아, 쿠바, 짐바브웨 등 국제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독재정권과, 이슬람 원리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란 등과 무차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독재 정권인 중국은 세계의 민주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연구 보고는 중국의 ‘현대화’ 계획이 210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 총량이 커진다고 해서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는 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페이민신 카네기 국제평화기금회 연구원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의 개혁은 최종 목표가 없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맹목적인 경제총량 불리기에 지나지 않을 때 “유례없이 곤란한 상황에서 정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경제 성장’만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과연 경제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21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들 수 있을까.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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