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 시내에 있는 라모체사원에서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많은 신도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칭짱철도 따고 티베트를 가다 ②
변하는 티베트 변하지 않는 티베트
변하는 티베트 변하지 않는 티베트
티베트에 대해 외부인들은 매우 종교적인 땅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4~5년 새 티베트의 도시 지역은 빠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티베트의 성도 라싸의 젊은이들은 이미 전통 절기보다 밸런타인데이, 성탄절 등 서구 명절을 더 즐긴다. 밤마다 라싸의 디스코텍과 노래방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칭짱철도 개통은 라싸의 변신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맥도널드, 케이에프시(KFC), 스타벅스 등 대표적인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칭짱철도 개통 이후 라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디스코텍·맥도널드·스타벅스…라싸는 변신중
경건한 신심도 여전…물질문명 파도 견뎌낼까? 벼락부자가 된 ‘살아있는 부처’=티베트의 변화는 이곳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 승려들의 겉모습에서도 느껴진다. 선글라스에 번쩍이는 구두를 신고 핸드폰을 받으며 상점을 기웃거리는 승려들의 모습에선 경건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지심을 연상시키는 이 승려들은 관광객을 만나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사진이라도 찍으면 그 대가를 내놓으라고 손을 벌린다.
티베트 불교는 ‘살아있는 부처’란 뜻의 ‘활불(린포체)’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티베트 전역에 160여명의 활불이 있으며, 이들이 입적하면 3~5년 뒤 어린이 가운데서 그의 환생을 찾아내어 대를 이어간다. 14일 티베트자치구 인민정부 민족종교사무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활불인 나다아왕 간쩡(66) 중국불교협회 티베트분회 부회장은 활불이 죽은 뒤 3~5살의 어린이 후보들 가운데서 활불의 환생을 뽑는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성스러운 호수에 데려가 얼마나 마음이 진정되는지, 티베트 역법에 따라 계산할 때 입적한 활불이 다시 수태돼 어린이로 태어나기까지 시간이 맞는지 등을 살펴본 뒤, 병 속에 후보 어린이들의 이름을 적어 넣은 쪽지를 넣고 추첨해 결정한다.
활불은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기둥이다. 그러나 최근 티베트 불교계의 한 모퉁이에서는 활불의 타락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5일 라싸 조캉사원(다자오쓰)에서 만난 한 티베트 승려는 “활불이 막대한 부를 끌어 모으는가 하면 정치활동에 앞장서 신도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인 파파라 거례랑제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이 승려에 따르면 활불인 그는 라싸 서민들 사이에서 “티베트 최고의 갑부”로 알려져 있다. 나취현 샤오덩사원의 활불 주캉 투덩커주 7세 또한 정협 상무위원 겸 티베트 정협 부주석 자리에 앉아 있고, 활불 자례 뤄쌍단쩡은 티베트자치구 부주석이다. 이 승려는 “활불에게는 수많은 신도들이 막대한 헌금을 바치기 때문에 손쉽게 치부를 할 수 있다”며 “활불의 치부는 티베트 불교 타락상의 단면도”라고 말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고행=칭짱철도의 개통으로 티베트는 격변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의 전통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라싸의 대표적 사찰 조캉사원이나 라모체사원 앞에서 오체투지하는 신도들의 물결은 이들의 신심이 여전히 강함을 보여준다.
올해 서른네살의 런바잠추는 2004년 중국 간쑤성 샤허 라브랑쓰를 출발해 라싸까지 2년 동안 오체투지 삼보일배하며 왔다. 샤허에서 라싸까지는 직선거리로 2400㎞가 넘는다. 그는 1㎞쯤 앞에 먼저 짐을 끌어다 놓은 뒤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 짐 있는 곳까지 삼보일배하며 가는 방식으로 라싸까지 왔다. 이렇게 하면 하루 5㎞밖에 전진할 수 없다. 그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이 고행에 나선 동기는 아버지와 형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2004년 그는 티베트 전통 방식에 따라 아버지와 형의 주검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토쭌’(천장)으로 장례지낸 뒤 두개골의 이마 부분 뼈 두 개를 자신의 옷 가슴섶에 꿰매고 순례의 길에 올랐다. 자신이 절할 때마다 두 머리뼈도 함께 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티베트 불교는 유목민의 불교다. 며칠 몇달 걸려 성지를 순례하는 건 그다지 큰일에 속하지 않는다. 중국정부는 티베트 유목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착 지원금을 주는 등 ‘정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칭짱철도의 개통도 새로운 도전이다. 이런 물질의 자극이 과연 윤회의 수레바퀴 자국을 따라 걷는 티베트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라싸 순례에 오르는 이들이 끝없이 재생산되는 걸 보면, 1천년 이상 이어져온 이들의 삶의 방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싸/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경건한 신심도 여전…물질문명 파도 견뎌낼까? 벼락부자가 된 ‘살아있는 부처’=티베트의 변화는 이곳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 승려들의 겉모습에서도 느껴진다. 선글라스에 번쩍이는 구두를 신고 핸드폰을 받으며 상점을 기웃거리는 승려들의 모습에선 경건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지심을 연상시키는 이 승려들은 관광객을 만나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사진이라도 찍으면 그 대가를 내놓으라고 손을 벌린다.
이마와 팔꿈치, 무릎을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는 한없이 자신을 낮춰 상대방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큰절이다. 라싸의 성지 조캉사원 앞에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수많은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교만과 오만을 씻어내고 있다. 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티베트 불교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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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도 들에도 걸려있는 타쭤는 해발 4,718m의 나무춰 호수에서도 나부끼고 있다.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조캉사원에 수천개의 버터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다. 조캉은 티베트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순례자의 종착점이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깊고 푸른 하늘속에 빛나는 태양을 타쭤를 묵은 줄이 가로지르고 있다.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순례자들이 조캉사원에 마련된 큰 버터향로에 버터를 넣고 있다. 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티베트인들의 불심은 각별하다. 라싸 인근 시골마을의 여성이 아침에 집에 모셔놓은 불상앞에 차를 올리고 있다.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라싸 시내에 있는 라모체사원에서 티베트 불교 승려들. 라싸/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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