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서남부 스촨성 베이촨에서 중국 구조대원들이 지진이후 164시간여가 지난 후 61세의 한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베이촨/AP연합
방사능 누출 의혹…진원 이동설로 공포감 확대
중국은 쓰촨(四川)성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8.0의 원촨(汶川)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 및 실종자 수를 7만4천여명으로 집계했다.
중국 국무원 지진구재총지휘부는 21일 현재 원촨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만1천353명, 실종자 3만2천666명, 부상자는 24만7천645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7만4천19명으로 증가했다. 또 지진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은 36만159명이며 이중 6천375명은 건물 더미 밑에 매몰됐다가 구출됐다.
중국 민정부는 원촨대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은 536만채, 파손된 건물이 2천100만채이며 쓰촨성 등 10개 성과 직할시, 434개 현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 방사능 누출 여부 논란 = 이번 대지진이 중국 핵무기 연구의 본산인 쓰촨성을 강타하면서 방사능 물질 32개가 매몰돼 방사능 누출 여부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보호부 부장의 말을 인용, 방사능 물질 32개가 이번 지진으로 매몰됐으나 30개를 회수하고 2개를 밀봉 조치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 방사능 물질들이 민간용이며 지진 이후에도 안전성과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지만 방사능 누출 여부와 방사능 물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대지진에도 핵시설이 모두 안전하며 핵물질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미국과 유럽의 핵전문가들은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협회의 핵무기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슨 AP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제조공장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핵시설이 안전하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했다.
크리스텐슨은 "이번 지진의 강력한 파괴력과 피해면적을 감안하면 핵 물질을 다루고 있는 군수공장들이 지진 피해를 비켜 갔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핵전문가로 중국의 핵시설 안전 여부를 관찰해온 디얼 샤를은 "매몰된 방사능 물질 32개는 병원이나 공장, 연구소에서 나왔으며 핵무기 제조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회수되거나 밀봉되지 못한 핵물질로 인한 위험성은 남아있다"면서 "아직도 핵물질 인근에 사람이 있다면 방사능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일부 핵물질이 건물 붕괴 등으로 파손됐다면 주민들이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방사능이 지하수에 스며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중의 한 곳인 몐양(綿陽)은 원자폭탄이 개발된 도시이며 핵무기 설계 본부가 있다. 또 광위안(廣元) 인근의 플루토늄 처리 핵시설도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 칭촨현 산 갈라져 9천명 긴급대피 = 원촨대지진이 강타한 칭촨(靑川)현 마을 도심과 인접한 산에 대규모 균열이 발생해 이 일대 주민 9천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칭촨현 마을 도심 북서쪽에 있는 스쯔량(獅子梁)산에 길이 1.5㎞, 폭 50㎝, 깊이 250m의 대균열이 생겨 산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칭촨현의 구조요원과 주민 5만여명은 여진이 발생하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스쯔량산이 붕괴되고 대규모 산사태가 날 것으로 보고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 확산되는 '설설설' = 쓰촨성을 강타한 원촨대지진의 진원지가 동북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주민들의 공포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지진국은 20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진의 진원지가 동북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진원지가 계속 파열되고 있다고 예보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원촨대지진의 진원지가 동북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지표면이 계속 갈라지고 있으며 현재 간쑤(甘肅)성 톈수이(天水)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중간 지점까지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지진국은 시안 등 동북 방향 도시지역 시민들 사이에서 공포감이 확산되자 "이번 지진은 계속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시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지진국은 "지진이 룽먼(龍門)산 단층대인 원촨현에서 베이촨(北川)현으로 동북방향으로 터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층대가 동북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미국 지질조사국이 안후이(安徽)성 등지에 리히터 규모 7.0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는 소문을 인기 포털 바이두에 올린 여성을 붙잡아 10일간의 구류형에 처했다.
◇ 매몰된 가족 찾거나 탈출 위해 '민족 대이동' = 연락이 두절된 가족을 찾아나서는 귀성객과 여진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떠나는 탈출객들이 뒤섞이면서 쓰촨성 전역이 혼잡을 빚고 있다.
지진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베이촨(北川)현에는 가족들을 찾기위해 몰려드는 인파가 하루에만 수 천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은 물 몇 통만 거머쥔 채 무더위를 견디며 가족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은 추가 사고 위험을 이유로 민간인들에게 피해지역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가족들을 찾는 중국인들의 민족대이동은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청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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