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내수 노린 첨단산업만 환영

등록 2008-09-01 10:03

중국 1인당 GDP와 소비증가율
중국 1인당 GDP와 소비증가율
[다시 가본 남순강화] 3. 내수가 제조업을 구할까-주하이
끝없이 펼쳐진 바나나밭과 작은 어선들, 오리와 어류 양식장 등 주하이의 첫 인상은 중국 최초 경제특구 중 하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 그러나, 공베이, 진완, 난핑 등 경제특구 안에서는 풍경이 달라진다. 캐논, 필립스, 보쉬, 효성, 비피(BP), 지멘스, 마쓰시다 등 홍콩, 대만, 일본자본이 중심이 된 대규모 공장들이 즐비하다.

1980년 주강 삼각주의 작은 어촌이던 주하이는 차로 20~30분 거리인 마카오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특구가 됐다. 1992년 남순강화 당시 덩샤오핑은 주하이시 남동부 완자이에서 바다 건너편 마카오를 바라보며 주저없는 개혁개방을 강조했다. 이후, 광둥은 ‘세계의 공장’으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 2008년 위기가 닥쳤다. 주하이가 속한 주강삼각주 경제권에 진출한 중소 수출업체들은 극심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1990년대초 한국기업으로는 처음 주하이에 투자했던 ㅅ완구는 올 5월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완전히 옮겼다. 올 1월 노동계약법 시행 이후 임금 상승, 원자재값 폭등,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 등을 감당할 수 없었다.올들어 7개월 동안 광둥성에서 3600여개 완구업체가 사라졌다.

6년 전 주하이에 진출해 전자제품 부품을 생산해 유럽 등에 수출하는 박동수 사장은 “이곳 중소기업 사람들은 모두 올해만 넘기자는 심정으로 생존경쟁을 벌인다”며 “주하이에 진출한 홍콩, 대만, 일본을 막론하고 노동집약형 경공업 기업들은 60% 이상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6년 전 주하이의 최저임금은 월 400위안이었지만, 현재는 900위안이고, 올해 시행된 노동계약법의 각종 사회보장비 등을 더하면 1년새 18% 이상 임금이 올랐다.

그러나,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고기술·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중국 내수 70%의 비중으로 고급 스판덱스 제품들을 공급하는 효성스판덱스 주하이 공장의 임규호 상무는 “원자재, 노동비용 상승 등 어려운 조건들은 있지만 낙관적”이라며 “스판덱스의 중국 내수 수요는 매년 10~12%씩 증가했고, 올해 침체이기는 하나 9%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하이의 현실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내수시장 육성’을 키워드로 중국이 벌이는 ‘개혁개방 2.0’ 실험을 상징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첨단기술 관련 사업이나 친환경·신소재 업종이 아니면 중국에 더 이상 투자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인다. 최근 광둥성 동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완칭량 광둥성 부성장은 “산업 체질 개선과 업그레이드가 주강삼각주 산업의 핵심어”라며 “고기술 설비 매입에 면세혜택을 주고 신기술 개발에 50만~100만위안의 격려금을 주는 등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위광저우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 3월 중국발전고위포럼에서 “중국 1인당 국민소득(GDP)가 지난해 2456달러에 이르렀다”며 “중국이 마침내 소비형 국가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80년 이후 고도성장 속에서 한 자녀로 자라난 바링허우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선진국형이다.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 11.4%에 대한 공헌도를 분석한 결과 소비(내수)에 의한 성장이 4.4%포인트로 투자에 의한 성장 4.3%포인트, 수출에 의한 성장 2.7% 포인트를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내수시장이 중국과 세계경제를 구원할 단계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의문도 크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2006년 36.4%로, 미국의 70%대에 훨씬 떨어진다. 동부 연해 지역을 제외한 농촌이나 내륙지역에서 고급 제품을 살만한 소비층은 극히 얕다. 김윤희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조사담당 과장은 “상반기 소비재 소매총액이 5조1043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21.4% 상장했지만, 인플레이션 6.3%와 올 상반기에만 7%에 가까운 인민폐 절상 등을 고려하면 실제 내수 성장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 훨씬 못미친다”고 지적한다. 올해 상반기 도시지역 주민들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8065위안(약 121만원)이고 인플레를 감한한 실질증가율은 6.3%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 14.2%에 비해 7.9%포인트 하락했다. 식품 가격이 20.3%나 상승하는 등 인플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2007년 도시주민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은 72.5%로 2000년과 비교해 오히려 7.1%p 하락했다.

주하이의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수출세 환급비율을 낮췄다가 다시 13%로 올린 것은 아직 내수를 겨냥한 고급기술로 승부할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으며, 쉽게 노동집약적 산업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는지, 개혁개방 2.0 실험의 성과가 대답할 것이다.글·사진 주하이/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