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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정치굴레 벗고 중국·대만 ‘경제해방구’ 도약

등록 2009-06-02 19:16수정 2009-06-03 01:34

제11회 해협양안교역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2일 푸저우 국제전시관을 찾은 많은 중국인들이 대만 기업들의 제품과 지역 특산품을 소개하는 부스들을 관심깊게 둘러보고 있다.
제11회 해협양안교역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2일 푸저우 국제전시관을 찾은 많은 중국인들이 대만 기업들의 제품과 지역 특산품을 소개하는 부스들을 관심깊게 둘러보고 있다.
‘중국의 개성공단’ 푸젠성을 가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대만을 마주보는 푸젠성을 중심으로 ‘해협서안 경제구’라는 대규모 경제특구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만과의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중국판 개성공단’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푸젠성은 광둥성과 저장성 일부를 포함하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시범지역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해협서안 경제구는 중국과 대만의 경제 협력이 단순한 교류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젠성은 이를 통해 ‘세계의 공장’ 광둥성을 능가하는 경제적 번영을 꿈꾸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개성공단이 존폐의 위기에 몰려 있는 우리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양안협력의 시험장 푸젠성을 찾아가봤다.

대만 자본과 중국 노동력의 결합 `해협서안 경제구’
정치적 갈등 경제 협력으로 녹인 ‘중화경제의 미래’


중국 푸젠성 주요 경제지표(2008년)
중국 푸젠성 주요 경제지표(2008년)
푸젠성의 5월은 ‘대만의 달’이다.

 성도인 푸저우에선 해마다 이맘때 18일이면 대만 기업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는 ‘해협양안교역회’가 열린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푸저우 도심 곳곳엔 울긋불긋한 깃발이 내걸리고, 대만 기업인들을 잡으려는 관광업계의 판촉전이 불꽃을 튀긴다.

 올해는 이런 행사가 더욱 푸짐했다. 5월16일부터 중국과 대만의 새로운 대화채널인 ‘해협논단’이 푸저우와 샤먼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22일까지 진행된 이 행사에는 대만의 25개 현·시 대표를 비롯해 8천여명의 대만인들이 참여했다. 중국과 대만의 교류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은 해협논단 기간에 ‘해협서안 경제구’ 건설 구상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왕이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의 대만 상품 구매 및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교통운수부는 중국과 대만을 잇는 항구 다섯 곳을 추가로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기업인들은 중국의 환대에 환호했다. ‘바이자쩐’이라는 양조식품 회사를 경영하는 장쩐량은 “대만인의 80%가 푸젠성 출신”이라며 “해협서안 경제구가 이런 혈연적 유대를 더욱 굳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와 풍습이 비슷한 두 지역의 협력은 서로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털어놨다.

 해협서안 경제구는 26만㎢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걸쳐 있다. 대만과 푸젠성 전역과 광둥성, 저장성 일부 지역을 포괄한다. 인구가 9918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경제권이 탄생하는 셈이다. 장쩐량은 “대만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의 노동력과 결합한 새로운 성장엔진이 아시아의 남쪽에 장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을 푸젠성을 초월하는 거대한 경제권의 파트너로 설정한 것도 흥미롭다. 대만을 언젠가는 수복해야 할 ‘성’에서 엄연한 실체를 가진 ‘지역’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가오슝에서 왔다는 한 기업인은 “중국이 대만의 경제실력을 해협서안 경제권과 맞먹는 것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천수이볜 총통 시절 대만해협엔 긴장의 파도가 몰아쳤다. 대만은 독립노선을 걸었고, 중국은 이를 반민족적 탈선이라고 규탄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인적 왕래도 이런 정치적 풍파에 발목을 잡혀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푸젠성과 대만의 경제 교류는 계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까지 푸젠성이 승인한 대만 기업의 투자는 9718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실제로 142억달러가 투자됐다. 푸젠성은 지금 대만의 네 번째 무역파트너다. 푸저우시 대만사무판공실 린원주 경제처장은 “해협양안교역회는 1999년 첫 행사 이후 단 한 번도 끊이지 않았다”며 “푸젠성은 2004년부터 해협서안 경제구 구상을 다듬어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30년 넘게 대만에 대해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대만 기업에 대해선 특별한 우대정책을 편다. 중국의 주요 성에는 대만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창구가 꼭 마련돼 있다. 이들 창구는 노동계약법 적용과 수출환급금 인하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대만 기업들을 위해 구원투수를 자처한다. 최근엔 대만산 과일 수입을 확대하는 등 대만에 거주하는 이들을 향해서도 손을 뻗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을 경제 협력으로 녹이는 이런 정책의 성과는 지난해 5월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중국과 대만의 전면적인 통상·통항·통신 교류를 뜻하는 이른바 ‘대삼통’(大三通)으로 이어졌다. 하늘과 바다를 잇는 직항로가 뚫리고, 우편물의 왕래도 자유로워졌다. 해협서안 경제구는 이런 바탕 위에 그려진 ‘중화경제’의 미래를 담은 설계도다.

 5월22일 오후 샤먼의 관광명소인 구량위는 대만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만을 근거지로 반청복명 운동을 펼쳤던 정성공의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는 이곳엔 주말이면 1000여명의 대만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들을 붙잡는 한 노점 좌판엔 장개석 전 총통의 얼굴이 새겨진 대만 담배가 버젓이 놓여 있었다.

 푸저우 샤먼/글 사진 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b>전쟁을 녹여 만든 칼</b> 지난달 22일 해협양안교역회 행사장에서 대만 기업 ‘진융리강다오’의 린유충 사장이 1950년대말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진먼섬에 쏜 포탄을 녹여 만든 칼을 들고 홍보하고 있다. 대만 해방을 꿈꾸던 중국은 1958년 8월23일 진먼섬폭격을 시작해, 47만여발의 포탄으로 진먼섬을 초토화시켰다. 린 사장은 “전쟁을 녹여 만든 칼입니다. 평화를 사는 마음으로 사가십시오”라고 말했다. 푸저우/유강문 특파원
전쟁을 녹여 만든 칼 지난달 22일 해협양안교역회 행사장에서 대만 기업 ‘진융리강다오’의 린유충 사장이 1950년대말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진먼섬에 쏜 포탄을 녹여 만든 칼을 들고 홍보하고 있다. 대만 해방을 꿈꾸던 중국은 1958년 8월23일 진먼섬폭격을 시작해, 47만여발의 포탄으로 진먼섬을 초토화시켰다. 린 사장은 “전쟁을 녹여 만든 칼입니다. 평화를 사는 마음으로 사가십시오”라고 말했다. 푸저우/유강문 특파원

전쟁을 녹여 만든 칼

제11회 해협양안교역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2일 오전 푸저우 국제전시관. 전시관을 찾은 중국인들이 대만 진먼관 앞에 모여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과 과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958년 중국과 대만이 포격전을 벌일 때 중국이 진먼섬을 향해 쐈던 포탄으로 만든 이른바 ‘포탄칼’이다.

 린유충 ‘진융리강다오’(金永利鋼刀) 사장이 직접 칼을 들고 ‘관중’들 앞에서 ‘쇼’를 부린다. 묵직한 부엌칼로 얇은 종이를 가볍게 벨 때마다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전쟁을 녹여 만든 칼입니다. 평화를 사는 마음으로 사가십시오.” 린 사장의 목소리가 덩달아 춤을 춘다.

 푸젠성 샤먼과 진먼섬 사이를 오간 포격전은 과거 중국과 대만의 대립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대만 해방을 꿈꾸던 중국은 1958년 8월23일 진먼섬을 향해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후 무려 47만여발의 포탄이 진먼섬을 초토화시켰다. 바다를 울리던 포성은 1979년 중국과 미국이 국교를 맺고서야 멈춘다.

 포탄칼의 역사는 이보다 한참 더 거슬러올라간다. 푸젠성을 흐르는 민장(민강)의 하류에 인접한 진먼섬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던 탓에 포성이 잦았다.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기에도 진먼섬엔 수많은 포탄이 떨어졌다. 진먼섬 주민들은 그런 포탄의 잔해에 날을 세워 칼로 쓰곤 했다.

 포탄칼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린 사장의 아버지 린스안이 포탄 철갑을 녹이는 비법을 개발하면서부터다. 린스안은 1945년 진융리강다오라는 회사를 차리고 전문적으로 포탄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958년 중국과 대만의 포격전 당시 진먼섬에 떨어졌던 포탄의 철갑도 그의 손에서 칼로 변신했다.

 진먼섬의 포탄칼은 이제 중국과 대만의 화해를 상징하는 기념품으로 바뀌었다. 린 사장은 “진먼섬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엌에서 고기 다듬을 때 편하겠다’며 칼을 사가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매장 옆에선 진먼섬의 또다른 특산품인 고량주가 ‘양안평화기념주’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

 푸저우/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20년 뒤 세계에서 가장 번창하는 경제권 될 것”

[인터뷰] 대만 가오슝 중소기업협회 리중더 이사장

“대만과 푸젠성을 중심으로 한 ‘해협서안 경제구’는 20년 뒤엔 세계에서 가장 번창하는 경제권이 될 것이다.”

 대만 가오슝 중소기업협회를 이끄는 리중더 이사장은 대만과 중국의 합작품인 해협서안 경제구가 조만간 중국은 물론, 세계의 경제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협논단 참석차 푸젠성 샤먼을 찾은 그는 대만의 실력과 중국의 힘이 만났을 때 일어날 엄청난 변화를 상상해보라며 거침없이 호언을 쏟아냈다.

 -해협서안 경제구가 대만 경제를 삼키려는 중국의 함정이라는 지적도 있지 않은가?

 “난 그 반대로 생각한다. 대만 경제는 오히려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다. 대만과 중국 경제는 수직·수평적으로 완벽히 들어맞는다. 대만은 해협서안 경제구를 통해 중국 경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설혹 대만의 일부 취약산업이 중국에서 상처를 입거나 사라진다 해도 전체적으론 더 많은 기회가 대만 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대만은 해협서안 경제구를 통해 지금보다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대만 기업에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인가?

 “해협서안 경제구는 푸젠성을 선전의 주장삼각주, 상하이의 창장삼각주와 연결한다. 푸젠성은 이런 광역경제권의 전초기지로 육성된다. 푸젠성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대만과 중국을 연결하고, 푸젠성과 주변을 묶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에게 대만 기업이 유력한 합작선이 될 수 있다.”

 -남북한의 합작품이 개성공단이 최근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만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개성공단의 위기는 매우 유감스럽다. 난 개성공단이 그렇게 된 것을 보고 한국 정부가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개성공단 위기의 근본원인은 남북한의 정치적 갈등이다. 따라서 해결책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이제 정치가 경제를 위해 서비스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시종일관 대만에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해왔다. 이런 노력이 마잉주 정권 출범과 함께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도 결코 북한에 이롭지 않다. 북한은 이미 세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북한이 다시 한국 ‘애국상인’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려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마잉주 정권이 지나치게 친중국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대만 기업인들의 평가는 어떤가?

 “나는 지난 대선 때 마잉주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가오슝에서만 8만여명의 기업인들이 마잉주 지지를 선언했다. 나는 중대형 기업 경영자의 90% 이상은 마잉주 정권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합작을 지지한다고 믿는다. 다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 경영자의 절반 정도는 마잉주 정권의 정책이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지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샤먼/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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