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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인권단체 “천광청 미 대사관에”…미-중관계 ‘파란’

등록 2012-04-29 20:42수정 2012-04-29 23:42

천광청 가택연금서 탈출
미 의회 “클린턴이 천광청 데려와야” 요구
중국은 “정보 없다”며 인권문제 비화 촉각
미-중 전략경제대화 앞두고 신경전 예고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의 목숨을 건 탈출이 미-중 관계와 인권외교를 시험대에 올렸다.

지난주 가택연금 상태에서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탈출한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40)이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들어가 미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이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도부 교체를 앞둔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특히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며칠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일어난 이번 사건은 미-중 관계를 다시 한번 기로에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는 28일 ‘천광청이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미-중 고위 관리들 사이에 이 문제를 둘러싼 담판이 진행중”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후자는 홍콩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천광청을 만났으며 26일 오후 그가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천광청의 미국대사관 진입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국 정부로선 최악의 상황에 최악의 사건이 터진 셈이다. 보시라이 사건으로 중국 권력투쟁의 어두운 면들이 폭로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국민들에게 저지르는 폭력이 다시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미국과의 어려운 담판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천광청 사건에 대해 “정보가 없다”고만 답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중국의 권력 앞에서 외롭게 싸워온, 상징적인 인권운동가인 천광청이 미국에 도움을 청했는데도, 대선을 앞두고 미중관계만 고려해 중국과 적당히 타협해 천광청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거대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5월3~4일 베이징에서 미중전략경제대화가 열리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 이전에 미-중 간에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의회는 오바마 행정부가 천광청과 가족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은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천광청 사건을 논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 사건이 최우선 이슈가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클린턴 장관이 천광청과 함께 중국을 떠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천광청의 미국대사관 진입은 ‘보시라이 사건’의 도화선이 된 왕리쥔의 청두 미국영사관 진입 뒤 불과 80여일 만에 일어났다. 미국 공화당은 이미 정부가 왕리쥔을 중국 정부에 넘겨준 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제2의 팡리즈 사건’으로 확대될지가 초점이다. 1989년 6월 중국 당국이 천안문 민주화시위를 유혈진압한 직후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던 천체물리학자 팡리즈는 가족을 데리고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다. 이는 미-중관계의 주요 이슈로 커졌고,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직접 담판에 나서기도 했다. 1년 넘게 계속된 줄다리기 끝에 중국은 1990년 팡리즈가 중국을 떠나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현재 미-중 관계는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양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인권 카드’를 쓰는 데 훨씬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환율 문제나 이란, 북한 문제 등에서 과거보다는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해 왔다.

천광청이 미국 망명을 신청할지도 또다른 변수다. 후자는 지난주 천광청을 만났을 때 그가 중국을 떠나기를 원치 않으며, 자유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과 담판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며, “천광청은 중국에 남아서 싸우길 원하며 망명을 신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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