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독재에 경제봉쇄 등 겹쳐
완전한 식민지 탈피를 꿈꾸던 짐바브웨의 경제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짐바브웨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000%를 넘거나 육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1월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593%까지 치솟았다. <로이터> 통신은 짐바브웨의 고기·식용유·의류 등 생필품 가격이 2월 초에만 223% 올랐다고 전했다. 정부 통제가로는 이득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상점들은 암시장으로 물건을 빼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전력기관은 전력공급 체계의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수도 하라레에서는 상수도 처리 시설 파손으로 콜레라가 창궐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900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하라레 경찰서장은 “공무원들도 충분한 임금 인상이 없으면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주간 <짐바브웨인디펜던트> 편집장 아이덴 웨더렐은 지난 8개월 동안 보건·교육 등 생활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 정부는 지난 2000년 식민지 시절 백인들의 농장을 현지인들에게 재분배한다는 취지에서 몰수했다. 하지만 농업기술이 뒤떨어져 생산이 감소했다. 이어 2002년 서방의 경제 봉쇄가 시작되면서 경제는 급속히 악화해왔다.
이로 인해 27년 동안 짐바브웨를 철권 통치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무가베의 임기 종료 시한을 2008년에서 2010년으로 연장하려는 헌법 개정 시도가 무산됐다. <뉴욕타임스>는 여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 안에서 무가베를 지지하는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짐바브웨 경찰 당국은 21일 무가베의 생일을 전후해 모든 정치 집회 금지령을 내렸다. 18일에는 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과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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