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국 정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평양 방문길에 오른 4일(현지시각) 특별한 반응 없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특사단의 방북 결과가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그 내용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였다.
미국 정부가 이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공식 언급은 오전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눈 50분간의 통화에 관한 성명이 전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특사단을 보낸다는 사실과 이 만남에서 전달할 내용의 개요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며, 청와대가 ‘미정’이라고 한 김 위원장과의 면담 계획을 앞서 공개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을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최근 진행된 국면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5일 방북길에 올랐다. 특사단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 제공
백악관 성명과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도 이번 특사단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돌파구를 여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달 18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때 한-미 정상이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검토하기로 했다”는 언급에 그친 청와대보다 명확한 자세를 보였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공조를 이어가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미국도 이번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놓고 이후 협상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을 이끈 정 실장이 지난 3월처럼 방북 결과를 들고 백악관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특사단을 면담한 김정은 위원장이 별도의 대미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비건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특사단 방북 직후 한-미 협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런 흐름이 취소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이어져 북-미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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